고흥 가는 길, 이제 ‘굿바이 은하철도 999’ 시대

  • 등록 2025.11.04 0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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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봉래 국도 15호선 확장 사업이 국가 계획에 조기 반영됐다. 수십 년간 “언제 뚫리나”라는 말이 반복됐던 도로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 앞에서 고흥 주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환영’보다 ‘안도’에 가까울지 모른다. 드디어 길이 열린다는 안도.

 

그동안 나로우주센터로 이어지는 도로는 사실상 하나뿐이었다. 편도 2차로의 굽이진 길, 화물 차량과 관광객이 뒤섞여 답답했던 풍경은 고흥 사람들에게 익숙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 좁은 길을 통해 우주발사체가 이동해야 했고, 기업들이 들어오고 산업이 자리 잡기를 바랐다. 현실과 목표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우주로 간다는데, 길은 왜 이러냐”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제 31.7km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된다. 길이 넓어지면 운전 편의 이상의 변화가 생긴다. 이동 시간이 60분에서 20분대로 줄어든다는 건 사람과 기업, 기술이 드나드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고흥이 그리는 우주산업 지도에 ‘도로’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들어가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당초 제6차 계획(2026~2030년)에 들어있던 사업이 어떻게 제5차 계획(2021~2025년)으로 앞당겨졌는가다. 반영 시기를 당기는 건 결코 간단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수차례의 설명, 설득, 재검토, 다시 설득이 필요하다.

 

공영민 군수가 직접 중앙부처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고흥은 시간을 잃을 여유가 없다”고 설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고흥의 절박함을 국가 의제로 끌어올린 과정이 없었다면 이번 변경 고시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속도’와 ‘균형’이다.

설계, 환경영향평가, 보상… 어느 하나 순탄한 단계가 아니다. 길을 내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 자연 훼손 최소화, 산업과 삶의 균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줄줄이 따라온다. 조기 반영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우주산업 시대라고 다들 말한다. 하지만 우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결국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길이 있어야 사람이 오고, 기술이 오고, 산업이 온다. 길이 길을 부르고, 길이 기회를 만든다.

 

고흥은 이제 더 이상 외딴 변두리가 아니다.

길이 열리면 생각도 열린다. 열린 길 위로 어떤 산업, 어떤 사람, 어떤 가능성이 들어올지 고흥의 선택과 실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제 ‘은하철도 999 같은 여정’은 끝나간다.

고흥이 진짜로 우주를 향해 달려가느냐, 아니면 길만 깔아놓고 멈추느냐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길은 뚫렸다. 이제, 그 길 위에 무엇을 채울지가 남았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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