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식초·할미꽃·유황농법…전남 유기농 명인 3인의 특별한 논 이야기

  • 등록 2025.11.12 10: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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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도, ‘2025 유기농 명인’에 벼 재배 농업인 3명 선정
- 자연농자재·유황쌀·교대 간수법 등 각자 독창적 친환경 농법 실천
- 교육·홍보 통해 명인들의 유기농 기술 전남 전역으로 확산 추진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곳곳의 논마다 각자의 철학과 손끝의 정성이 담긴 유기농 벼 재배 이야기가 피어난다.

 

전라남도는 ‘2025년 유기농 명인’으로 고흥의 송효수, 장흥의 김재기, 해남의 이병연 씨를 선정하며, 오랜 시간 현장에서 뿌리내린 이들의 지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유기농 명인 제도’는 전남도가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 자신만의 농법을 확립하고 현장에서 모범이 된 농업인을 ‘명인’으로 지정해 친환경농업의 현장 교사로 삼는 제도다. 재배 기술을 넘어 농업을 하나의 삶의 철학으로 확장해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칭호다.

 

고흥의 송효수 씨는 ‘석회유황농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병해충 방제에 화학 약제를 쓰지 않고, 현미식초와 카놀라유, 고삼 삶은 물을 섞은 천연 혼합액을 만들어 뿌린다.

 

농약 냄새 대신 은은한 식초 향이 감도는 그의 논은 마치 실험실처럼 세밀하다. 볏짚을 그대로 환원하고 녹비작물을 심은 뒤 논 깊숙이 갈아엎어 토양의 숨을 불어넣는 과정은, 단순히 흙을 일구는 일이 아니라 땅을 ‘살리는 일’에 가깝다.

 

장흥의 김재기 씨는 ‘유황쌀’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이미 유명하다. 종자를 65도 온탕에서 소독한 뒤 유황액에 담그고, 육묘 상자에는 할미꽃 추출액을 살포한다.

 

식물의 생리활성을 높이는 이 추출액은 김 씨만의 비법이다. 모내기 때는 우렁이를 풀어 잡초를 없애고, 병해충에는 자닮오일과 멀구슬 발효액을 섞어 살포한다. 농약 대신 자연의 힘으로 벼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그는 “모든 해답은 논에 있다”고 말한다.

 

해남의 이병연 씨는 2016년 일본 품종 ‘이노찌노이찌’의 라이선스를 얻어 자가종자로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인 다모작 대신 한 모 한 모의 생육 공간을 확보하는 소식재배법을 택했다. 또 교대 간수법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채우고 빼면서 벼의 뿌리가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다. 농사철이면 그의 논에서는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가 마치 숨 쉬듯 이어진다. 이 씨는 “흙이 살아야 벼가 산다”며 볏짚을 되돌려 넣고, 가을에는 갈이질로 유기물 함량을 높인다.

 

박현식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세 명의 명인은 유기농 벼 재배의 정수를 보여주는 현장 전문가”라며 “이들의 축적된 경험이 전남 전역의 친환경농업 확산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금까지 총 30명의 유기농 명인을 배출했다. 그들은 교육 현장에서 후배 농업인들을 가르치고, 전국 각지의 전시·홍보 행사에서 자신들의 농법을 공유하며 전남 친환경농업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한 알의 벼에서 시작된 이들의 실험과 도전은 이제 ‘유기농의 본고장 전남’을 향한 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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