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도는 23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선 7·8기 동안의 주요 흐름을 정리하면서, 전남이 어떤 산업 구조와 생활 기반을 만들어갈지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았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AI데이터센터, RE100 국가산단, 반도체·이차전지 산업을 하나로 엮어 제시하며 전남의 대전환 지도를 자연스럽게 펼쳤다.
도는 먼저 그동안 주민 생활과 밀착된 정책 흐름부터 짚었다.
임산부·난임부부·영유아를 위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는 농가 소득과 먹거리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체계로 자리 잡았고, 연 5만 가구의 생활환경을 살피는 ‘우리동네 복지기동대’는 민관이 함께 움직이는 복지 현장의 표본으로 확대됐다.
의료·문화·정신건강을 실어 지역 곳곳을 찾는 행복버스·건강버스·마음안심버스는 오지마을의 접근성을 넓혀주는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장애인 정책도 범위가 넓어졌다. 최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개원, 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선정, 이동권을 보완한 바우처 택시 등은 생활 기반을 고르게 넓혀주는 장치가 됐다.
관계인구를 넓히는 ‘전남 사랑애 서포터즈’는 60만 명을 넘었고, 고향사랑기부금은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남도는 이런 변화들이 주민생활만족도 상위권 유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444GW 재생에너지와 30GW 해상풍력…전남 변화의 첫 번째 축
전남도가 제시한 첫 번째 축은 에너지다. 전남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444GW. 단순한 용량을 넘어 전남이 어떤 산업을 끌어올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신안 해상풍력 단지는 3.2GW에서 3.7GW로 키워지고, 진도에는 3.6GW 규모의 새로운 단지가 조성된다. 여수·고흥 등 동부권 해역에도 13GW급 발전단지가 더해지면서, 2035년까지 동·서부 전체에 30GW 규모의 해상풍력 벨트가 놓이게 된다.
에너지 생산지와 산업단지를 잇는 항만 인프라도 함께 움직인다. 목포신항, 진도·여수·고흥 항만에는 해상풍력 지원부두와 배후단지가 마련되고, LS그룹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 전용 설치항만은 산업 생태계를 한층 넓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전력은 다시 전남 전역의 분산에너지 특구로 이어진다. 여수·광양만권·대불산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단지에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전력 공급 체계가 자리 잡고 있으며, RE100을 요구하는 기업을 수용할 여지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 해남 글로벌 AI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두 번째 축…에너지–AI–반도체의 연결
두 번째 축은 AI다. 해남 솔라시도에는 오픈AI–SK그룹의 글로벌 AI데이터센터와 삼성SDS 컨소시엄의 국가 AI컴퓨팅센터가 들어선다.
전남도는 이 AI 인프라를 장성·광양·순천·해남 일원의 데이터센터 후보지와 잇는 방식으로 권역별 클러스터를 그려냈다.
즉, 전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남 산업에 즉시 투입하는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광양만권에서는 이차전지 산업의 전주기 생태계가 자리 잡는 중이다. 원료·기초소재·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축을 갖추며, 전남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RE100 기반의 광양·순천 국가산단과 무안 분산에너지 특화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후방 산업 유치를 병행하면서,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려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 수소·철강·우주항공으로 확장되는 산업 지도
전남도는 에너지 기반을 수소산업으로 넓히고 있다. 영광 원전과 연계한 핑크수소 생산, 여수·광양만권 산단을 잇는 수소배관망, 서남해안 수소벨트 구축 등이 그 방향을 보여준다. 광양제철소의 수소환원제철 전환 역시 이 흐름 안에서 가능성이 열린다.
고흥을 중심으로 한 우주발사체 산업은 첨단소재·방산과도 연결되며 ‘K-우주항공·방산 혁신벨트’의 윤곽을 만들고 있다. 산업축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전남의 지도는 더 촘촘하고 더 넓게 이어지고 있다.
■ 인공태양·켄텍·전력기술교육원…과학기술 기반도 동시에 정비
과학기술 기반 확충도 이날 제시된 큰 줄기 중 하나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켄텍)은 초전도도체 시험설비, 에너지 R&D, 핵융합 연구 등에서 기반을 갖춰가고 있으며, 나주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도 이 흐름이 만든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문을 연 전력기술교육원은 전력 분야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전남도는 켄텍·지스트·목포대·순천대·전남대·조선대 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기업 연구소를 하나의 연구 생태계로 묶어,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 석유화학·철강·조선·농수축산…AX 전환으로 산업 전반의 체질 손보기
전남 주력산업에도 AI와 탈탄소 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여수·광양·대불 국가산단은 AX 실증산단으로 구축돼 공정 최적화·설비 관리·안전관리 전반에 데이터 기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농수축산 분야에는 ‘전남형 AX’가 도입돼 드론·로봇 기반 자동화,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팜 마이크로그리드, AI 스마트양식 등이 추진된다. 전복산업 구조 개선과 김 산업의 글로벌 확장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 남해안 초광역 관광벨트와 교통망…전남의 외연을 가장 넓게 펴는 축
남해안권 관광 전략은 전남 외연을 넓히는 또 하나의 축이다. 영광에서 부산까지 서남해안 700km를 잇는 ‘다도해 선샤인웨이’,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이순신 호국 문화 관광벨트, K-노벨문학센터, K-디즈니 순천 등이 그 위를 채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와 G20·COP33 유치 도전은 전남의 존재감을 넓히는 계단이 된다.
교통망 확충도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영암–광주 초고속도로, 고흥–광주 우주고속도로, 전라선 고속철도, 경전선 고속 전철화 등은 전국을 2시간 생활권으로 잇는 구조를 만들고, 무안국제공항·여수공항·여수·광양항·목포항도 각각의 기능을 재정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인구·복지·의료·안전까지…사람 중심의 전남형 생애주기 이어가기
전남형 인구대전환 프로젝트는 출생기본소득, 조부모 손자녀돌봄, 가족센터 운영 등으로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합계출산율 전국 1위가 2년째 이어지는 이유도 이곳에서 찾았다.
지역 의료체계는 동부·서부권에 각각 국립의대와 5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 설립으로 완결형 구조가 갖춰질 예정이다. 기후재난에 대비한 안전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과 개헌 논의까지…호남의 다음 단계
김 지사는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을 “40년 행정경계의 벽을 넘어서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하며, 산업·경제·문화 전반의 상생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또 하나의 화두는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지방분권 명문화였다. 그는 “이 틀이 갖춰지는 순간 광주·전남 행정통합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도민과 함께 전남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병오년 새해 도민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