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35억 9000만 원.
고흥군의 2025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이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숫자는 눈에 띄지만, 이 기록을 이해하려면 결과보다 그 앞의 과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주 발사가 그렇듯, 성과는 준비의 끝에서 나타난다.
1년 전 고흥군의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9억 원대였다. 불과 한 해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난 흐름은, 기부를 바라보는 행정의 관점과 운영 방식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공영민 군수 취임 이후 이어져 온 ‘방향이 먼저 서는 행정’이 자리하고 있다.
공영민 군정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 규모 자체보다, 왜 기부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정기부 분야에서 그 방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2025년 고흥군 지정기부의 약 77.5%가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지원에 집중됐다.
지역 의료 공백은 고흥군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과제다. 고흥군은 이 문제를 기부의 목적지로 설정했고, 기부금이 향하는 지점을 분명히 제시했다. 기부자는 막연한 응원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동의하고 참여하는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기부의 이유가 또렷해지자,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운영 방식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른다. 고흥군은 민간 플랫폼과 연계해 기부 절차를 간소화했고, 현장 중심의 홍보를 강화했다. 공 군수가 강조해 온 ‘현장에서 작동하는 행정’이 고향사랑기부제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제도는 문서가 아니라 참여 과정에서 점검됐다.
답례품 구성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지역 농·수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답례품은 보상 차원을 넘어, 고흥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매개로 기능했다. 기부를 계기로 지역과의 연결을 한 번 더 만들어내는 구조였다. 여기에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을 더하며, 한 번의 참여로 끝나지 않는 관계를 염두에 둔 운영이 이어졌다.
기부자 구성은 이 제도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10만 원 단위의 소액 기부가 다수를 이루며 참여 저변을 넓혔고, 동시에 1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 260명이 총 6억 8653만 원을 기탁했다. 최고 기부 한도인 2000만 원을 선택한 기부자도 8명으로 집계됐다. 소액과 고액이 나란히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매달 기부에 참여해 12개월 동안 760여만 원을 기탁한 참여 방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일회적 선택을 넘어, 반복 가능한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공영민 군수 체제에서 고흥군 행정은 종종 ‘성과보다 구조를 먼저 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기부금이 모이기 전에 사용처를 먼저 고민했고, 설득 가능한 이유를 앞세웠다. 결과는 그 다음에 따라왔다. 발사체를 먼저 만들고, 궤도를 계산한 뒤에야 이륙이 가능한 것과 닮아 있다.
2026년부터는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기부 구간의 세액공제가 44%로 확대된다. 제도 환경도 달라진다. 다만 세액공제 확대만으로 참여가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건은 각 지자체가 얼마나 신뢰받는 사용 구조를 설계하고,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느냐다.
고흥군의 35억 9000만 원은 ‘전남 1위’라는 수치에 머물지 않는다. 공영민 군정이 강조해 온 방향성, 즉 목적이 분명한 정책과 설명 가능한 행정이 고향사랑기부제에서도 어떤 궤적을 그리는지를 보여준다. 발사는 결과다. 그 이전에는 준비와 판단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