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순천시가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를 위해 전담 TF를 돌리고, 다른 한쪽에선 우주경제 로드맵을 점검하며 항공우주산업의 보폭을 넓혔다. “하나만 잘하자”가 아니라, 두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선택이다.
순천시는 최근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담 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부서 간 협업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TF는 지난 7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전남도에 국가산단 유치를 공식 건의한 이후, 정부 정책 흐름에 맞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성됐다.
첫 회의는 지난 21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시장 주재로 진행됐다. 회의장에선 그간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실행전략과 추진과제를 놓고 집중 논의가 이어졌다. TF 단장인 정광현 부시장은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는 전남 동부권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기회”라며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TF는 3개 팀, 11개 부서, 18명 규모로 꾸려졌다. 여기에 순천시는 반도체 전담팀(1팀 3명)도 새로 신설해 대응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유치전이란 결국 “말의 전쟁”이 아니라 “준비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조직을 먼저 정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제 관건은 속도다. 정부·전남도·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촘촘히 맞물릴수록, 유치전의 판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이날, 순천시는 또 하나의 테이블을 폈다. 22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제3회 순천시 항공우주산업 정책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성과와 올해 추진계획을 정리했다. 정책위원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ST,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의결기구로, 지난 2년 동안 순천시 우주항공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회의는 ‘순천시 항공우주산업 5개년 육성 기본계획’에 맞춰 2030년 우주경제 거점 도약 목표를 다시 확인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2025년 성과보고와 2026년 추진계획 심의가 함께 이뤄지면서, 로드맵의 “현재 위치”와 “다음 목적지”가 동시에 점검됐다.
순천시는 2025년 우주항공 지산학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주요 연구기관·대학과의 협력을 넓혀왔다. 전남도, 고흥군과는 2026년 방산 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남해안 우주산업벨트 협력을 주도했다.
특히 순천시 자체 개발위성인 ‘순천 SAT’이 누리호 6호 부탑재위성으로 최종 선정되며, 지자체 기준으로는 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누리호 발사 참여 도시가 됐다. “우주산업은 먼 이야기”라는 인식에 금이 가는 대목이다.
순천시는 2026년 추진계획에서 발사체 성과를 발판 삼아 산업 범위를 방산과 위성까지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방위산업 클러스터 유치 본격화, 위성개발 산업 확대, 기업 우주방산 진출 기반 확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도시연합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율촌산단에 위치한 한화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에서는 올해부터 누리호 6호기 조립이 시작된다. 순천 SAT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순천시는 앞으로 발사체 제작–위성–방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연계 기반을 통해 ‘순천형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눈길을 끄는 건 ‘동시다발’이다.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와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같은 날 점검한 건, 순천시가 산업 전략을 한두 개 사업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신호다.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늘 시간이 걸리지만, 시작이 빠르면 판도도 빨리 바뀐다. 순천이 선택한 두 개의 엔진이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전남 동부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