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우리금융그룹, 관치와 자율의 충돌

  • 등록 2026.02.09 1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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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논란, 금융개혁 진정성 가늠할 분기점
성과 논리와 거버넌스 책임의 정면 충돌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금융의 시간
신뢰를 묻는 시대, 답은 결국 절차다

금융개혁은 언제나 거창한 선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대개는 익숙한 관행 앞에서 조용히 멈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시장 질서’가 반복해서 호출됐지만, 금융권의 시계는 정치의 시간보다 늘 한 박자 느리게 움직여 왔다. 변화의 언어는 요란했지만, 실제 장면은 놀랄 만큼 평온했다. 그래서 지금의 질문은 단순하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수 있는가. 아니면 또 한 번 익숙한 결말인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금융개혁의 핵심은 분명하다. 공정한 지배구조, 강화된 내부통제, 그리고 금융의 공공성 회복.

 

문제는 이 원칙이 선언문 속 문장이 아니라 현실의 인사와 거버넌스에서도 작동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우리금융의 연임 논란은 단순한 한 금융사의 선택이 아니라, 새 정부 금융개혁 의지의 첫 번째 현실 시험지에 가깝다. 구조 변화를 말하는 순간에도 연임의 관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개혁의 언어는 다시 한 번 수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은 늘 그렇게 버텨 왔다.

 

우리금융그룹과 임종룡 회장의 연임 논쟁은 이미 개인 인사를 넘어 거버넌스의 문제로 확장됐다. 성과를 앞세운 연임의 논리와 이사회 독립성, 경쟁 절차의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관치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자율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흥미로운 것은 이 오래된 질문이 여전히 새롭다는 사실이다. 혹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이 CEO 선임 절차와 지배구조의 폐쇄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독은 원칙을 말하고, 시장은 관행을 유지한다. 그 사이에서 연임은 더 이상 내부 의사결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개혁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마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대체로 차분하다.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사의 자율성 역시 가볍게 취급할 가치는 아니다. 정치 권력이 인사에 개입하는 순간, 금융은 또 다른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그래서 핵심은 개입 여부가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과 설명 책임이다. 자율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하지 못할 때, 관치는 언제든 명분을 얻는다. 지금의 충돌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지 반복될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이 축적해 온 연임의 관성이다. 금융지주 체제 이후 연임은 늘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왔다. 그러나 안정이 반복될수록 책임의 질문은 흐려졌다. 성과가 모든 논란을 덮을 수 있는가. 아니면 거버넌스의 기준은 성과와 무관하게 존재해야 하는가. 이 단순한 질문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자체가 지금 금융권의 현실을 설명한다.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형식적인 일정이 아니라 금융개혁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가늠하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 개편 의지를 현실로 옮길지, 금융권이 익숙한 관행을 다시 선택할지에 따라 이후 금융지주 인사 지형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한 금융사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 시스템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신호다.

 

이 질문은 특정 인물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정치와 금융을 가로질러 반복돼 온 ‘관리형 권력’의 정당성을 묻는 문제다. 정권은 바뀌었는데 금융은 그대로여도 되는가. 혹은, 그대로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가. 그 검증의 첫 장면이 지금 우리금융의 거버넌스 앞에 놓여 있다.

 

연임은 절차로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뢰는 언제나 구조로만 증명된다. 그리고 금융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되는 산업이다. 지이코노미의 추적은 그 지점에서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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