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탄 보도 이후, 지이코노미에 한 문건이 전달됐다. 단순한 제보가 아니었다. 다농마트 퇴출 과정이 ‘행정 착오’나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사전에 설계된 결정의 흐름이었을 가능성을 문서가 정면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당초 지이코노미는 ‘83억 보증금’과 전대 구조를 다룬 후속 편을 3탄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건을 검토한 순간 판단은 바뀌었다. 사건의 중간이 아니라 출발점 자체를 다시 짚지 않으면 안 되는 자료였기 때문이다.
지이코노미가 확보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2020년 다농마트 퇴출 과정은 단순한 계약 종료나 시장 논리에 따른 선택으로만 보기 어렵다. 규정, 공고, 계약, 사후 문서 정리까지 모든 절차가 한 방향으로 이어진 정황이 문서로 드러난다.
다농마트 퇴출은 계약 해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선 시점, 이미 문서 속에서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명도 전 계약…“사용 가능성”이 불확실한데도 도장을 찍었다
문서가 가장 먼저 가리키는 것은 계약 체결 시점의 비정상성이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2020년 9월 28일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은 기존 운영자(다농마트)의 명도 완료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신규 사업자와 공유재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운영자가 실제로 점유 중인 매장이었고, 인도 시기·사용 가능 여부·중첩 점유에 따른 분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계약은 개시 시점조차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문서는 이 결정이 조직 내부 결재 라인을 따라 집행됐다는 점도 명시한다. 전임 이사장 이춘기, 경영본부장 김 모 씨, 임대사업부장 임 모 씨, 실무 담당자 최 모 씨. 행정 판단은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라 공단의 이름으로 결재되고 진행된 절차였다는 뜻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체계상 공유재산의 대부는 실질적인 사용·수익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명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문서가 지적하듯, 이 구조는 향후 분쟁 발생 시 공단이 계약상 책임을 부담할 위험을 키우고, 관리·감독 책임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선택이 된다.
■ 공고와 다른 계약…‘전액 납부’는 문구로만 남았다
입찰 공정성의 핵심은 공고 조건의 동일 적용이다. 그런데 내부 문서는 공고 내용과 실제 계약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정리한다.
입찰공고문에는 ‘낙찰일 이후 계약 체결 전까지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 전액 납부’가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계약 과정에서 납부된 것은 1개월분에 해당하는 계약금뿐이었다. 임대보증금은 수령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가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공고는 단순한 안내문이 아니다. 「지방계약법」과 계약 일반 원칙에 따르면 공고는 계약 조건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한다. 공고 조건을 변경하려면 통상 내부 승인, 공고 정정, 입찰 참가자에 대한 재고지 등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문서는 그 절차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국 공고는 그대로인데 계약만 달라진 셈이다. 문서가 강조하는 대목은 여기다.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특정 낙찰자에게 사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부여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입찰의 공정성과 경쟁질서를 흔드는 본질적 조건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낙찰자의 권리는 왜 이렇게 빨리 ‘확정’됐나…전대 구조의 문이 열렸다
문서는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기존 운영자의 완전한 매장 반환 전까지 신규 낙찰자는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 대기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그럼에도 공단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낙찰자의 권리를 사실상 조기에 확정시켰다는 것이다.
이 조기 확정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낙찰자는 사용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지위에 선다. 문서가 지적하듯, 그 순간부터 제3자 전대나 사실상 영업권 양도 같은 행위가 끼어들 틈이 생긴다. 전대 금지 원칙이 ‘원칙’으로만 남고, 실제 현장에서는 우회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이후 전대 시도가 발생했고, 판결에서도 전대가 원칙적으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 언급됐다. 다만 ‘입점 이전’이라는 형식 논리에 의해 해지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을 뿐이다. 문서가 보여주는 것은 그 형식의 틈이 우연히 생긴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정황이다.
■ 임대료 산정은 왜 규정을 비켜갔나…‘단서 조항’ 하나가 구조를 바꿨다
문서는 임대료 산정 과정에서도 내부 규정과 다른 길이 만들어졌다고 정리한다.
정상 절차라면 환산보증금 기준 검토, 입주자심사위원회 심의, 필요 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대료가 산정된다. 그런데 실제 계약서에는 내부 규정에 근거가 불명확한 단서 조항이 삽입됐다. “2차 연도 이후 임대료 결정 방식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3항 산식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문서가 문제 삼는 지점은 이 조항이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특정 계약을 전제로 임대료 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다. 공단 임대차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 전례가 뚜렷하지 않고, 내부 의결이나 규정 개정 없이 도입됐다면 “특정 계약을 위한 예외 설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 표준 공고문은 왜 사라졌나…‘홈페이지에만 남은 공고문’의 의미
가장 심각한 대목은 공고문 관리다.
공단에는 마트매장 신규 운영자 선정을 위한 표준 공고문(A종)이 존재한다.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문서는 해당 입찰에서 규정 개정이나 내부 의결 없이 임의 작성된 공고문(B종)이 사용됐다고 적고 있다.
더 나아가 낙찰자 선정 이후에는 실제 입찰에 사용되지 않은 또 다른 공고문(C종)이 작성돼 규정이 개정된 정황도 거론된다. 절차상 하자를 사후적으로 정리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힐 여지가 생기는 대목이다.
특히 문서가 강조하는 건 B종 공고문이 공단 내부 문서, 계획서, 의결 자료에는 확인되지 않고 홈페이지 공고문으로만 남아 있는 형태라는 점이다. 공공기관 기록관리 원칙에 비춰보면 “왜 그 문서가 내부 기록 체계에 남지 않았는지” 자체가 절차 적정성 논란을 증폭시킨다.
■ 무엇이 문제인가…‘행정 미숙’으로 봉합하기엔 너무 많은 퍼즐이 맞는다
이 문서가 드러내는 정황은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해석의 영역”이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문서는 그것들이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한다.
명도 전 계약 체결, 공고와 다른 가계약, 보증금 미수령, 낙찰자 지위 조기 확정, 전대 가능성의 구조적 유발, 임대료 산정 방식의 예외적 도입, 표준 공고문 배제, 사후 문서 정리. 각각이 따로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 누적될 때,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그리고 그 구조가 가리키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했는가.”
■ 위반 소지와 책임…이제 ‘몰랐다’로 끝낼 수 없다
문서는 단정 대신 ‘위반 소지’를 말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절차에서 “위반 소지”는 결코 가벼운 표현이 아니다.
첫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체계상 사용·수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의 대부 계약, 보증금 미수령 상태에서의 계약 진행은 관리자의 선량한 주의의무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방계약법」 및 공정경쟁 원칙 측면에서 공고 조건과 다른 계약 체결, 특정 낙찰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사후적 조건 완화는 입찰 공정성 훼손의 중대한 쟁점이 된다.
셋째, 내부 규정과 절차를 알면서도 이를 비켜간 정황이 조직적으로 확인될 경우, 감사·수사 단계에서 직무상 책임(징계 포함) 및 형사적 책임 검토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처벌 수위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수사기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문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몰랐다”는 말로는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단계로 사건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문서가 말하는 경고…이제 남은 건 ‘책임의 이름’이다
1탄과 2탄에서 제기된 의문은 추측이 아니었다. 이 문서는 그 질문들이 왜 반복됐는지, 어떤 구조가 그 질문들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다농마트 퇴출은 우연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규정이 바뀌고, 공고가 비켜가고, 계약이 앞서 달렸고, 문서는 뒤따라 정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책임이다. 지이코노미는 문서가 가리키는 결재 라인과 행정 판단의 책임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이 모든 결정 앞에서, 정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