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의 목소리]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어업인 위한 기름값 대책 시급하다”

  • 등록 2026.03.21 1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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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유가 상승, 어업 현장 직격탄
출항 포기까지 내몰린 어업인 생존 위기
면세유·유류기금 등 구조적 대책 시급
식량안보 지키는 바다, 국가 책임 다해야

바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먹거리를 내어주고 있지만, 그 바다를 지키는 어업인의 삶은 점점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같은 상황을 겪어왔다. 전쟁은 가장 먼저 기름값을 흔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의 어업인들에게 전가된다. 그럼에도 이 반복되는 구조를 완화할 근본적인 정책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느낀다.

 

지금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름값의 흐름은 그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1월 어업용 경유 가격은 한 드럼(200ℓ 기준)당 16만9,540원이었고, 2월에는 16만2,940원으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3월 들어 다시 17만6,940원으로 상승했고, 4월부터는 드럼당 29만~30만원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두 배 가까운 상승이다. 이 정도의 비용 구조에서는 조업을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어업인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손실을 감수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어업은 기름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어선이 바다로 나가는 순간부터 조업, 운반, 귀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연료에 의존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수익이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아예 출항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단순히 어업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국민의 식탁과 국가 식량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인 해법이다. 그동안 정부는 유가 상승 시마다 보조금 지급이나 유류세 인하와 같은 대응책을 내놓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사후 대응에 머무를 뿐이다. 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으며, 그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어업용 면세유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상승 시 자동으로 지원이 확대되는 ‘연동형 보조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어업인이 손해를 감수하며 바다로 나가야 하는 구조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어업용 유류 안정기금의 도입이 시급하다. 농업에는 가격 안정을 위한 장치가 존재하지만, 어업은 유가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기금을 마련해, 어업인이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조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류비 절감을 위한 구조 전환도 병행되어야 한다. 친환경 선박 도입, 전기·하이브리드 어선 전환, 공동 급유 시스템 구축 등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어업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버티는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어업을 만드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업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기반 산업을 떠받치는 주체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지원’의 틀에 머물러 있다. 바다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정책의 지연은 곧 국가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의 선택은 분명해야 한다. 전쟁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충격을 완화할 준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어업인이 바다를 떠나는 순간, 우리는 식량과 주권이라는 두 가지 기반을 동시에 잃게 된다.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금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이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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