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행정안전부 반려에도 불구하고 177억 원 규모의 토지 매입을 강행한 순천시의 결정이 ‘재정 도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중앙정부 투자심사에서 제동이 걸린 사업에 선제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점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순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은 1일 입장문을 통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먼저 매입한 것은 지방재정 운용 원칙을 정면으로 흔든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6월 18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앞서 상임위원회에서는 ‘절차 미비’와 ‘시기상조’를 이유로 제동이 걸렸지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사업 추진이 뒤집힌 것이다. 그러나 이후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반려’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기본 설계와 정부 협의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177억 원을 먼저 집행한 판단이 과연 적정했는지다. 의원들은 “국비 확보를 위한 선제 조치라는 설명과 달리 이미 중앙투자심사에서 반려된 사업”이라며 “총사업비를 축소해 타당성 검토를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정 부담 우려도 더해진다. 현재 순천시가 운영 중인 체육시설 30곳은 연간 약 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 역시 감소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32만㎡ 규모의 신규 시설까지 추가될 경우 운영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의 방향성 역시 의문을 낳고 있다. 일부 용역 보고서에는 인근 도시개발사업의 토사 처리 비용 절감 효과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체육시설 조성보다 개발사업과의 연계가 우선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입지 문제도 논란의 한 축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임야를 매입한 뒤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향후 도로 개설 등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특정 대상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연구용역 절차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3억 2000만 원 규모의 용역이 진행됐으며, 계약 낙찰률 편차와 계약 이전 해외출장 일정 등이 맞물리며 절차적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대형 신규 시설을 짓기보다 기존 체육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부지 매입 재검토 ▲중앙투자심사 완료 후 단계적 추진 ▲시설 운영 실태 점검 ▲시민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결국 이번 177억 원 선매입 논란은 단순한 사업 갈등을 넘어, 순천시 재정 운용의 적정성과 행정 전반의 투명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입장문에는 순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장경순, 김태훈, 오행숙, 신정란, 서선란, 김미연, 이영란, 최현아, 정광현, 정홍준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