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칼의 내면의 밀도] 거칠었지만 정의였고, 무례했지만 정확했던 사람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문칼’이라 불렸다. 해병대에 가서도 이름 대신 ‘문칼해병’으로 통했다. 성질이 칼같다는 이유, 일을 군더더기 없이 처리한다는 평가가 늘 그 별명을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해석이 늘 어딘가 낯설었다.

내가 기억하는 ‘문칼’의 시작은 전혀 다른 장면에 있다. 하늘 높이 던진 사과를 향해 칼을 몇 번 휘두르면 과일 안주가 우수수 떨어진다는, 그 허황되고 엉뚱한 상상. 그 한 장면이 별명이 되었고, 그 별명이 결국 나를 규정해 버렸다.

돌아보면 인생도 그와 닮아 있었다. 칼같이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끝내 남은 것은 잘려나간 조각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문칼’이라는 이름은 날카로움의 증명이 아니라, 그 어설픔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는 나의 삶 전체를 기록한 또 하나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2026.04.16 10: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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