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골프가이드가 주관한 제23회 카이도골프배 남녀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지난 12월 2일, FLC하롱베이CC(베트남 하롱베이)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11월 30일 오전 6시 30분께 베트남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도착 당일 18홀, 이튿날 36홀(오전 FLC하롱베이, 오후 투안차우CC)의 프리라운드를 가졌다.
동남아 골프라고 하면 당연히 따뜻한 기후를 예상하는데,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하롱베이는 조금 달랐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대회 당일은 날이 좀 풀렸다.
대회가 치러진 FLC 하롱베이는 전반 36, 후반 35타인 71타 코스였다. 대회는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고, 신페리오 방식으로 스코어를 환산했다.
이글부터 알바트로스까지…뜨거웠던 남자부
남자부 우승은 이훈희 씨였다.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당일 핸디는 0.75, 실제 타수는 1오버파인 72타로 최종 71.25타를 기록했다. 남녀 통산 스코어로도 1위에 해당했다.
이훈희 씨는 “이번에는 정말로 ‘내려놓고 즐기다 가자’는 마인드로 대회에 참가해 전혀 상상도 하지 않았다”며 기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코어가 1오버파라 내심 메달리스트를 기대했다”면서 웃었다.
준우승은 71.63타(78타, 6.38)를 기록한 정보성 씨가 차지했다. 3위는 위화복 씨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들과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다.
실제 타수에서는 77타를 기록해 준우승자인 정보성 씨보다 앞섰지만, 신페리오 환산 결과 71.75타로 3위에 올랐다. 그는 베트남 도착 당일인 11월 30일 첫 연습 라운드 4번 홀 파5에서 티샷 이후 6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한 것이 그대로 홀로 들어가 알바트로스를 기록해 대회장인 FLC하롱베이로부터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4위는 72.50타(80타, 7.50)를 기록한 송충국 씨가, 5위는 73.38(91타, 17.63)를 기록한 정철조 씨가 선정됐는데, 실 타수는 91타였지만 핸디가 17.63으로 환산돼 순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딸과 함께 참석한 이복선 “어안이 벙벙”
여자부 우승은 신페리오 환산 72.50(80타, 7.50)타를 기록한 이복선 씨가 차지했다. 이 씨는 지난 10월 골프가이드가 주관한 제22회 카이도골프배 대회에서도 롱기스트를 차지한 바 있는 실력자다. 이번에는 최근 골프에 ‘맛을 들였다’는 딸과 함께 일정에 참가했다.
이 씨는 “사실 지난번 대회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민했는데, 최근 골프에 입문하고 한창 몰두하는 딸을 위해 함께 왔다. 생각지도 않은 결과라 어안이 벙벙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은 72.75(78타, 5.25)타 기록의 강정임 씨가 차지했다. 실제 타수는 우승자인 이복선 씨보다 2타 앞섰다. 대회 당일 스코어카드를 보면 강정임 씨는 1번 홀(파4)과 13번 홀(파3)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등 좋은 경기를 했고, 실제 타수로만으로는 메달리스트(당일 최저타수) 이옥남 씨의 75타에 이은 호성적을 써냈지만 신페리오 환산 핸디 탓에 준우승에 머무르게 돼 아쉬움이 남았다.
여자부 3위는 채형윤 씨였다. 최종 84타를 써냈지만, 환산 결과 73.13타를 기록했다. 4위는 74.13(85타, 10.88)타의 양정희 씨가, 김미혜 씨가 5위를 차지했다.
메달리스트
대회 당일 실제 타수가 가장 낮은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메달리스트. 그렇기에 신페리오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회에서는 우승보다도 더 값진 상이기도 하다.
남자부 우승자인 이훈희 씨도 “(1오버파의 호성적에) 내심 메달리스트를 기대했다”며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아마추어 대회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심경이지만, 이날의 남자부 메달리스트는 강력했다.
김영윤 씨는 이날 1번 홀(파4)에서 이글을, 파5인 2번과 4번 홀 모두에서 버디를 기록했고, 전반 9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음에도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12번 홀(파3)에서도 버디를 기록했지만, 후반 아홉 홀에서는 4개의 보기를 기록해 3타를 잃었다. 결과는 이븐파. 투어 프로가 열리는 대회 세팅은 아니었지만, 챔피언십이 개최되는 FLC하롱베이임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결과다.
여자부 메달리스트는 75타를 써낸 이옥남 씨다. 당일 핸디 1.88을 받아 신페리오 순위로는 남녀 통합 9위, 여자부 공동 4위에 랭크됐다. 다수 수상 시 등급이 높은 상 1개를 적용하는 원칙에 따라 여자부 메달리스트에 선정됐다.
신페리오 방식의 묘미
이런 지점에서 신페리오 방식의 묘미가 나타난다.
김영윤 씨의 신페리오 환산 당일 핸디는 –2.63이다. 남들은 실제 타수에서 핸디를 빼는데 김영윤 씨만은 실제 타수에 자기 핸디를 ‘더해야’ 했다. 핸디가 더해진 신페리오 점수는 73.63. 그 결과 김영윤 씨는 남녀부 통합 당일 최저타수를 쳤음에도 신페리오 순위는 남자부 7위, 남녀 통합 순위 12위로 내려갔다.
롱기스트·니어리스트
롱기스트와 니어리스트 경쟁도 치열했다. 남자부 우승자이기도 한 이훈희 씨가 기록상으로는 260야드를 날려 남자부 롱기스트에 해당했다. 다만 중복 수상 불가 원칙으로 242야드 기록의 박연춘 씨가 롱기스트를 수상했다. 차순위인 강기원 씨와는 불과 2야드 차였다.
여자부 롱기스트 역시 246야드를 친 이옥순 씨가 차지했다. 차순위인 정은희 씨의 230야드 기록보다 16야드나 앞서 독보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니어리스트에서는 지난 10월 말, 제22회 대회에서도 캐리 지점만으로는 단연 니어리스트였지만, 옆 라이에 걸려 다소 볼이 흐른 탓에 아쉬움이 남았던 조성훈 씨가 이번에는 1.40m로 당당히 니어리스트를 차지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그는 이번 23회 대회에서도 71.88(85타, 13.13)타로 순위권에서도 랭크됐다. 여자부 니어리스트로 선정된 고선희 씨는 무려 1m 거리에 티샷을 세우면서 버디를 기록해 기쁨을 표했다.
신페리오 방식은 아마추어 대회에 자주 적용되는 룰로 전·후반 각각 3개 홀의 스코어를 제외(블라인드 홀)한 나머지 12개 홀의 스코어로 당일 핸디를 환산해 타수에서 제하는 방식이다.
남은 12개 홀에 1.5를 곱하면 18홀이 되는데, 같은 방식으로 12개 홀 스코어 합산에 1.5를 곱하고, 여기서 코스의 이븐파 타수(보통 72타)를 빼주면 당일 핸디가 나온다. 여기에 다시 0.8을 곱하는데 이는 당일 친 핸디에서 80%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나온 당일 핸디를 실제 타수에서 빼주면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된 스코어가 나오는 것이다.
신페리오 방식은 서로의 핸디캡이 증명되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 특성상 당일 핸디를 임의로 환산해 적용하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신페리오 방식이 가진 또다른 의의는 ‘고수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하자’다.
관건은 당일 친 핸디의 몇 퍼센트를 인정할 것인지다. 통상 80%를 기본으로 본다. 이 숫자가 70%, 60%로 작아질수록 로우 핸디캐퍼에게 유리하며, 90%, 100%로 커질수록 하이 핸디캐퍼가 득을 본다.
이번 대회의 경우 75%, 즉 당일 핸디에 0.75를 곱하기로 했다. 통상 80%를 적용하는 다른 대회보다는 상급자에게 조금 더 유리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