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우체국 집배원 정상협 주무관, 국회 사무총장 공로장 수상

  • 등록 2024.06.07 17: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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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 걸고 인당수 겨울 바다 건너 위도 주민 시신 뭍으로 운구한 공로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전북 부안군 위도우체국 집배원 정상협 주무관이 지난 5일 국회에서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 수여하는 공로장을 수상했다. 투철한 사명감과 남다른 봉사 정신으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신적인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된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 사무총장이 공로장을 수여한 것이다.

 

정 주무관은 지난 1월 17일 해가 질 무렵, 소형 낚싯배를 타고 위도에서 사망한 동네 형인 이 모 씨의 시신을 격포항까지 운구한 바 있다. 1993년 10월에 발생한 서해훼리호 참사의 현장은 ‘인당수’라고도 불린다.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다는 그 인당수를 학자들은 위도 앞바다인 임수도 근해라 주장하기도 한다.


죽음의 바다, 공양의 바다, 인당수의 겨울 파도는 차갑고, 매섭고, 세차다. 해서 겨울이면 위도와 격포항 사이를 오고 가는 정기 여객선조차 결항하는 날이 잦다. 오지 낙도인 위도의 경우, 섬에서 사망한 고인의 주검은 일단 사선이나 정기 여객선 등을 이용해 인당수 건너 격포항으로 운구한다. 그 뒤 차편으로 부안읍내 장례식장으로 모신다.    

 

정 주무관은 퇴근 무렵, 이 모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난감하기 짝이 없는 고민에 빠졌다. 어둠이 짙어지는데 유족이 정 주무관 소유한 소형 낚싯배로 고인을 격포항까지 운구해 달라고 울먹였기 때문이다.

 

위도엔 정 주무관의 낚싯배보다 규모가 몇 배나 큰 중형 어선들이 많았지만 사납기 짝이 없는 인당수의 겨울 바다를, 그것도 해질녘에 운항할 선박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 주무관은 목숨을 거는 모험을 단행했다. 생전의 고인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유족을 위해 일엽편주에 고인의 주검을 싣고 위도에서 출항했다.

 

한겨울에 고인과 유족을 소형 낚싯배에 싣고 위도에서 격포항까지 오고 가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행동이라는 걸 정 주무관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정 주무관이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동네 형의 시신을 안전하게 육지로 모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고인을 격포항에 운구한 뒤, 정 주무관은 힘겹게 건너갔던 그 인당수의 물길을 다시 거슬러 위도로 돌아갔다. 어둠은 짙고, 겨울바람은 세차고, 바다는 거칠게 숨을 쉬는데 일엽편주엔 정 주무관 혼자 타고 있었다. 

정 주무관은 “정말이지 등골이 오싹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회고했다. 정 주무관이 인당수를 무사히 건너 위도에 귀항하자 부두에 나와 있던 위도 주민들이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로장 수상 후 정 주무관은 “위도 출신이고, 위도우체국 집배원이다보니 나는 직업상 위도 주민들을 거의 다 알고 있다. 동네 형님이 운명했고, 역시 동네 형님인 유족이 부탁해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천만다행으로 큰 탈 없이 인당수의 겨울 바다를 왕복했다”며 “만약 내게 소형 낚싯배가 없었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위도우체국 집배원으로 위도에 살지 않았다면 동네 형님의 하늘 가시는 길을 미력하게나마 돕지 못했을 것이다. 부디 형님이 저 하늘에서는 편안하시길 기원한다”고소감을 밝혔다.      

서주원 기자 zeil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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