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골프장의 도둑 심보

  • 등록 2024.10.15 13: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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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때 요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정상해야 한다

 

 

골프장이 고쳐야 할 게 ‘악천후 때 요금 정산’ 문제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낙뢰가 떨어지는 등 기상 악화로 플레이를 계속하기가 어려우면 라운드를 중단하고 철수하게 된다.

문제는 이때 요금을 어떻게 정산하느냐다. 그린피의 경우 대부분의 골프장이 홀별 정산한다. 이는 매우 합리적이다. 어떤 시비도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친 홀 수만큼 그린피를 내는 것이다. 다만 티 샷(티오프)을 기준으로 홀을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티 샷만 하고 나면 그 홀은 요금을 내야 한다. 예컨대 파5 홀의 경우 티 샷만 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면, 그걸 홀 아웃한 것으로 치고 그린피를 다 받는 것은 불합리요, 억지다. 골퍼의 입장에선 그 홀에서 겨우 20% 안팎 진행했다고 생각하는데 100% 진행한 것으로 치고 돈을 내야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파3 혹은 파4 홀도 마찬가지다. 진행 정도에 따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티 샷만 하고 중단했다면 절반, 그 외에는 모두 홀을 아웃한 것으로 치고 해당 홀 요금을 전부 내도록 하는 등 보다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카트비와 캐디피다. 그린피에 비하면 카트비와 캐디피는 주먹구구식이다. 그것도 골프장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한다. 골프장 이용객 입장에선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카트비와 캐디피도 그린피처럼 홀별 정산이 합리적이다. 카트비의 경우 이용객이 카트를 이용한 홀만큼 요금을 내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골프장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전반 9홀까지는 몇 번째 홀에서 중단했던 따지지 않고 당초 카트비의 절반을 내야 한다. 후반 홀도 마찬가지다. 10홀부터는 어느 홀에서 중단했던 카트비 100%를 내야 한다. 카트비가 10만 원일 경우, 2홀을 치고 중단해도 5만 원, 10홀을 치고 중단해도 10만 원을 내야 한다. 9홀을 다 타야 낼 요금을 한 두 홀만 타고도 다 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도대체 이런 기준과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골프장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기준은 전혀 없다. 그러니 말도 안되는 기준이다.

 

캐디피는 더 문제다. 캐디피도 홀별 정산이 합리적이란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캐디피의 경우, 경기 전 해당 이용객의 골프백을 찾아 카트에 싣고 골프클럽을 체크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기본 요금+홀별 정산)으로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이용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18홀 캐디피가 15만 원인 경우, 대부분의 골프장에선 캐디피를 1홀 중단일 경우 3만~5만 원, 2~9홀 중단일 경우 8만 원, 10~18홀엔 15만 원을 받고 있다. 이용객 입장에선 10홀까지만 캐디 서비스를 받았는데 18홀 요금을 다 내라고 하니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기자가 지난 9월 18일 추석 연휴 기간 중 마지막 날 충주권 내에 있는 A골프장에서 실제 겪은 일이다. 오후에 티오프해 전반 9홀을 돌고 난 뒤 앞 팀들이 밀려 30분이 넘게 스타트하우스에서 쉬다 나와 후반 첫 번째 홀에서 막 티샷을 끝내고 이동해 세컨드 샷을 할 때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라 곧 멈출 줄 알았던 비는 그치지 않고 엄청나게 내렸다. 그린에서 퍼트를 할 때는 바람도 세게 불고 비가 많이 내려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흡사 양동이로 퍼붓던 비가 내려 옷은 금방 흠뻑 젖었다. 동반자나 캐디 할 것 없이 모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됐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앞을 전혀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플레이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카트 도로에는 빗물이 마치 도랑물처럼 흘러내렸다. 11번 홀 티잉구역에도 물이 고여 신발 중간 정도가 잠길 정도였다. 하늘은 온통 시커멓게 구름이 끼어 어두워져 있었다. 캐디에게 “더 이상 경기가 어려우니 철수하시죠?”라고 했지만, 캐디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5분만 더 기다려보라고 한다”고 했다. 골프장측에서 그렇게 지시한 모양이다. 결국 비가 더 내리자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캐디에게 캐디피를 물어보니 “10홀을 끝냈으니 18홀 캐디피를 다 주셔야 한다”고 했다. 참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프론트에서 정산을 할 때도 카트비는 18홀 요금을 다 내야 했다.

이게 도둑 심보가 아니면 무엇인가. 일한 만큼, 서비스한 만큼 댓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고 합리적인 것 아닌가. 일하지도 않는 부분에 대해 돈을 받는 것은 무슨 염치이며, 무슨 논리인가.

이런 식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다간 언젠가는 이용객들로부터 외면받을 날이 분명히 올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골프장도 이젠 변할 때가 됐다.

 

 

김대진 편집국장

 

 

김대진 기자 djkim98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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