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블로그 등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을 말한다. 이들은 많게는 수백만 명의 팬덤을 두고 뷰티, 패션, 맛집, 핫플레이스, 먹방,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위 1%의 인플루언서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토대로 연간 백억 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대기업도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으며, 콧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도 관련 인플루언서를 따로 초청해 신제품 발표회를 열며 협찬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 1순위로 꼽는 인플루언서의 공감 노하우와 성공 스트리를 소개하기 위해 ‘인플루언서의 365’를 마련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인스타그램 ‘탱이언니’를 운영하는 노현주 인플루언서이다.
그녀는 가을이 완연한 정동길을 피아노 건반 위인 듯 경쾌하게 걸었다. 카페에 들어서는 인플루언서 ‘탱이언니’ 노현주 님은 한눈에 봐도 건강미인이었다. 유방암 환자였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기발랄한 30대 미시였다. 그녀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탱이언니라는 이름으로 4년째 수만 명의 ‘인친’들과 웃고 울며 주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탱이언니에는 일상의 즐거움과 고단함, 건강한 아름다움에 필요한 제품과 상품의 정보가 담겨있다. 탱이언니란 이름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초등학교부터 그리 불렸는데 어쩌다 생긴 건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살갑게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오랫동안 그리 불러서 인스타그램에서도 탱이언니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인친들께서 제 피부가 탱탱하다고 칭찬하시며 그리 생각하시기도 하고, 암을 극복한 건강한 삶을 빗대 ‘누를 수 없을 정도로 굳고 단단한 모양’이란 탱탱의 사전적 의미로 말씀하시기도 해요. 아무튼 저는 피부도 삶도 탱탱하게 살자는 게 모토인지라 탱이언니란 닉네임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SNS 벼락스타가 된 건 아니었다. 그녀의 팔로워 수는 매크로 수준으로 최상위 인플루언스를 일컫는 메가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4년간 차곡차곡 다져진 팔로워는 숫자 이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SNS 스타들이 거느린 ‘팬덤’이 추종이나 충성의 함의라면, 그녀와 팔로워는 지극한 ‘사랑’과 ‘공감’의 관계의 의미이다. 그녀의 SNS 시작은 블로그였다.
“10년 넘게 성형외과 상담실장을 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지식과 상담을 통해 쌓은 경험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오신 분들과 댓글로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을 거쳐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활동합니다. 영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튜브와 틱톡도 활용해 더 많은 분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본격적으로 인스타를 시작한 4년 동안 외형에 욕심내지 않고 제가 자신있게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내용에만 집중하느라 인친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현재 함께 성장하고 있는 가족 같은 4만 3,883명의 인친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곁에 있어 줘 참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랜 직장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친 그녀는 2020년 사직했다. 성공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남편의 응원과 그동안의 SNS에서 확인한 공감 능력이었다.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얘기’처럼 들을 수 있는 소재가 중요한데 그녀가 꺼낸 얘깃거리는 맞춤이었다. 그녀의 인스타 주제는 일상이다. 이웃집 또래 주부들이 채워가는 하루하루의 이야기이다. 결혼생활과 육아의 즐거움과 스트레스 등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켜켜이 쌓아 왔다.
“남편에게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라고 선언하고 결과가 죽이면 어떻고, 밥이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렸어요. ‘난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내 주변에서 주운 작은 돌로 조금씩 탑을 쌓는다는 심정으로 공감에 주력했습니다. 인친들과 별 주제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친구랑 수다 떨듯 이야기하고 웃고 울고 하는 게 행복했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공감하는 인친들이 감사해 또 다른 돌을 올리다 보니 이만큼의 높이까지 쌓은 것입니다.”
그녀의 인스타는 지금도 ‘범사에 감사’하는 일상이 채워지고 있다.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얘기하고 싶은 인친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콘텐츠를 올린다. 결혼과 육아에 집중하느라 친구 만나기도 어렵고, 얘기를 나눌 벗이 마땅찮은 인친들에게 ‘나도 이래요,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하루에 3~5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설거지하며 얘기하고, 빨래 개키면서 속닥속닥하며 인친들과 친구처럼 동생처럼 언니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녀가 올해 초 뜻밖의 암 발병으로 무릎이 꺾였을 때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도 인친들의 응원이었다.
“올 1월 중순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어요. 매년 건강검진을 했고, 가족력도 없는 데다 워낙 건강체질이라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암 판정을 받고는 남편과 함께 울며 낙심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모범환자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내가 암 환자임을 인정하고, 이거저거 공부하면서 난 완치될 거란 자기확신을 심었죠. 진단 한 달 후 수술을 받았는데 림프 전이도 없고 1기라 다행이었죠. 그래도 확실하게 재발을 막고자 5월까지 4차 항암치료까지 마쳐 완치했어요. 이 과정에서 인친들은 가족 이상으로 응원을 보내줘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아 물론 헌신적으로 간호한 남편에게도 감사하죠.”
완치 판정을 받은 후 그녀가 집중하는 건 하루 건강한 세 끼와 인스타의 방향 전환이다. 세 끼를 건강한 재료로 건강하게 요리해 즐겁게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레몬수 한 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달걀에 채소를 간단하게, 점심은 입이 미어질 정도로 먹고 싶은 한식을 맘껏 즐긴다. 저녁은 샐러드 등 조금 가볍게 먹고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한다. 그녀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양제도 의사와 상담해 꼭 필요한 거만 챙겨 먹고, 덜 먹고 비워내기를 익히고 있다. 그녀의 일상은 발병 전과 비슷해지고 있으나, 인스타 활동은 많은 변화가 있다.
“이전엔 제 자랑도 했었으나, 지금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소통 공간입니다. 모두가 참여하며, 누구나 대화를 이끌고, 주제를 제시하며 방향을 잡습니다. 함께 의논하고 답을 찾는 집단지성의 마당이지요. 이 같은 변화는 암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 ‘암밍아웃’ 후 정말 많은 암환우와 가족들에게 엄청난 응원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분들도 절실했기에 진심으로 찐소통을 했습니다. 과정은 사랑이었고, 결과는 희망의 연대였습니다.”
요즘 인스타그램 탱이언니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건강이다. 좋은 원료의 뷰티와 일상용품, 해독에 좋은 먹거리 등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콘텐츠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그녀는 관련 지식을 쌓고 수많은 제품 정보를 확인해 업체를 찾아 상담하고, 직접 사용해 검증한 제품을 까다롭게 골라 소개한다. 그녀에게 탱이언니 계정 운영과 관련한 계획을 물었다.
“고난과 불행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의 시작입니다. 소중한 인친들과 더 건강해지고 더 성장해 여성암 환자들에게 기부를 통해 응원하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데 앞장설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