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중대 비위 혐의로 마포구청(박강수 구청장)의 감사를 받는 박태규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직원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마포구청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직원 갑질 등의 비위로 감사가 진행 중인 박 이사장을 직무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로써 갑질을 당한 피해자는 물론 관련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자신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인 J여행사(현재 플랜더 J여행사로 변경)에 공단의 일거리를 넘겨주었다. 공단 자체적으로 진행이 가능한 2박3일 간의 ‘직원 산업시찰’로서 굳이 여행사에 맡길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용역비를 주면 애초 예산을 초과하고, 직원이 이를 지적하자 일정을 1박 2일로 줄여서라도 그 여행사에 일을 주라며 강권했다. 박 이사장은 이를 지적한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보복성 발령을 낸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해충돌방지법과 갑질, 배임 혐의가 다분한 사안으로 마포구청은 박 이사장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마포구청의 박 이사장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공단 직원들은 당연히 즉각 직무배제 조치할 걸로 예상했다.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임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이면 임명권자는 해당 임원을 즉시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1월 6일 현재까지 박 이사장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이 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최근 공단의 모 팀장이 해고됐다.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소상공인을 봐줬다는 게 최고 징계인 해고 사유였다. 구청의 박 이사장에 대한 미온적인 조치와 동료 직원의 해고에 대해 공단 직원들은 불공정한 이중잣대라며 성토하고 있다. 공단 직원들의 불만과 불안이 높아지면서 박강수 마포구청장에게도 화살이 돌아가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단의 직원은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을 아들이 일하는 회사에 맡겨 공단에 손해를 끼치고, 정당하게 문제 제기한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보복 발령한 이사장은 감사 착수와 동시에 직무 배제해야 했다”라며 “여전히 직을 유지하는 이사장의 해코지를 두려워해야 하는 공단 직원들이 이제는 박강수 구청장을 겨냥해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마포구청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과 갑질 의혹은 중징계 사안으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통하여 직원들과 분리조치 후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임원 인사 규정에 맞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마포구청 백성미 언론팀장은 “중징계 사항인지 경징계 사항인지 내부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분리조치를 하지 않고 감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마포구청의 이 같은 감사 진행과 답변에 대해 기자가 “박 이사장의 비위 제보에 따른 기사가 나간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비위 사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것은 첫째 임원 인사 규정에 대한 해석의 오류, 둘째 감사실의 업무태만이나 미온적인 감사, 셋째 박강수 구청장과의 특수관계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고 되묻자 “통상적으로 감사 진행이 길게는 2~3달 정도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마포구청의 답변과 태도는 이번 사태의 진행만큼이나 미온적이고 애매하다. 박 이사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상태에서 감사가 진행되면 관련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도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그 부분은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이사장이 아직도 근무 중인 상태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진술하겠느냐는 지적에도 “모두 공무원들이어서 소신껏 감사에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직은 사기업보다 엄격한 청렴의 의무가 요구되는 조직이다. 특히 횡령, 배임 등 중대 비리는 더욱 엄격하고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마포구청의 느슨한 감사가 일선 공무원들에게 허탈함을 안겨주고 있다.
공단은 하위직 공무원의 사소한 봐주기는 일벌백계로 신속하게 직위해제, 대기발령 후 감사를 통해 해임했다. 더 엄격한 청렴의 의무가 요구되는 고위직인 박태규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임원 감사 규정을 너그럽게 해석하며 봐주기 감사를 하는 듯한 이런 상황은 직원들에게는 허탈감을, 마포구민에게는 짬짜미 의혹이 일게 한다.
통상적으로 비위 여부를 감사할 때는 현직을 유지한 상태로 감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위가 확인된 상태에서 징계의 경중을 감사할 때는 일단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통한 분리조치 및 업무배제 후 감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렴의 의무가 가장 큰 덕목인 공직사회, 더구나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상태로 감사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마포구청의 하위직엔 엄격하면서 고위직엔 너그러운 인사 규정 적용과 느슨한 감사 진행은 일반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평가다. 마포구청은 통상 감사 기간이 길다, 갑질을 당한 직원의 2차 가해는 조사 중, 관련 직원 모두 공무원이니 소신껏 감사에 응할 것이란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이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단 직원들은 이중잣대, 특혜 감사, 봐주기 감사라고 지적하고, 마포구민들은 이사장과 구청장의 특수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마포구청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박태규 이사장을 직위해제 및 업무배제 후 엄격하고 신속한 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