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두 손으로 든 이민우가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교포 선수 이민우(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이민우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파70·7,475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총상금 95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친 이민우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세플러와 2019년 US오픈 챔피언 게리 우드랜드(이상 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PGA 투어 대회를 제패했다. 우승 상금은 171만 달러(약 25억1,000만 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둔 이민지(호주)의 동생인 이민우는 그동안 DP 월드투어 3승, 아시안투어 1승을 올렸으나 PGA 투어에서는 우승이 없었다.
이민우와 이민지(우측) 사진: 'X'에서 캡처
1998년생 이민우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2023년 US오픈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는 2023년 11월 DP 월드투어 대회로 열린 호주 PGA 챔피언십 이후 1년 4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민우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우승을 차지해 자랑스럽다"며 "이번 주 내내 피곤했는데도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민우는 2주 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지만 결국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고, 2023년 같은 대회에서도 선두 경쟁을 이어가다가 4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공동 6위로 밀려났다.
이 대회 전까지는 지난해 두 차례 준우승이 PGA 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민우는 누나 이민지의 골프 실력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아마 같은 티에서 경기하면 제가 이기겠지만, 누나가 앞쪽 티에서 치면 비슷하지 않을까"라며 "최근 누나가 롱퍼터를 쓰는데 최근 퍼트도 굉장히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우는 "페어웨이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정도로 로봇처럼 똑바로 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아마 몇 개 홀만 치면 제가 이길 수 있겠지만 여러 홀을 겨룬다면 누나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민지는 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뒀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이민우는 "(기자회견장으로) 오면서 가족들과 통화했다"며 "어머니는 우셨고, 아버지는 골프를 치고 계신 것 같았는데 그래도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나도 곧 우승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를 성공하고 포효하는 이민우 사진: 연합뉴스
3라운드까지 2위에 4타 앞선 단독 1위였던 이민우는 이날 경기 막판 위기를 맞았다.
2위에 3타 차로 앞서 있던 16번 홀(파5)에서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면서 물에 빠졌다.
그 사이 앞 조에서 경기하던 2위 세플러가 16번 홀을 버디로 먼저 끝내 2타 차로 추격했다. 이민우는 결국 이 홀에서 1타를 잃어 1타 차로 쫓기게 됐다.
그러나 세플러가 남은 2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이민우 역시 17번과 18번 홀을 파로 막아 1타 차 리드를 지켜냈다.
세플러는 이민우와 1타 차였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89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한 공이 그린에도 올라가지 못하면서 1타 차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민우는 18번 홀 티샷한 공이 왼쪽으로 치우치고, 두 번째 샷한 공도 그린을 살짝 넘기면서 먼저 경기를 마치고 클럽 하우스에서 기다리던 세플러와 우드랜드에게 희망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그린 밖 약 16m 거리에서 퍼터로 굴린 공이 홀 바로 옆에 붙으면서 이민우는 우승을 확신한 듯 포효하며 기뻐했다.
임성재는 4언더파 276타를 치고 60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