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가족 슬픔의 순간을 ‘영업 기회’로 만들지 말자

  • 등록 2025.06.02 18: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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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계, 고객도 실무자도 지치게 만드는 구조
“상조는 가입할 땐 다 해준다고 해놓고, 막상 다 추가”
“그냥 장례식장에서만 하면 더 싸더라고요”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이건 상조가 아니라 강매입니다.” 최근 그를 만나 장례식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듣고 있자니, 기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유가족의 슬픔 한가운데서조차 ‘상품 추가’를 설명해야 하는 사람들. 이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너무 오래 외면되어왔다.

 

요즘 유가족들은 똑똑하다. 장례식장 견적과 상조 견적을 비교하고, 어떤 게 더 효율적인지 파악한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한다. “그냥 장례식장에서만 하면 더 싸더라고요.” “상조는 가입할 땐 다 해준다고 해놓고, 막상 와서는 다 추가하라 하던데요?”

 

실제로 상조상품에는 ‘명품수의’, ‘고급 유골함’, ‘리무진’, ‘도우미 제공’ 같은 단어가 적혀 있지만, 정작 실무자에게는 “이건 재질이 안 좋다, 예전 거다, 이건 기본형이다”라며 하나하나 업그레이드 설명을 강요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선택권으로 안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추가 안 하면 예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말하라는 상조 본사의 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 결과, 유가족은 분노하고 실무자는 소진된다. 상조의 신뢰는 그렇게 무너진다.

 

유가족의 소비패턴도 다르고, 장례문화 자체도 다르다. 그런데도 본사는 “다른 지역은 잘만 한다”며 실적 압박을 멈추지 않는다. 자체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기본을 판매하라고 하고, 업그레이드 없는 기존 상품은 무용지물처럼 취급받는다.

 

이에 유가족은 상조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고, 실무자들은 고객의 감정을 헤아릴 틈도 없이 수십 가지 항목을 ‘추가 설명’해야 한다. 일부 빈소에서는 설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분위기도 있다.

 

이쯤 되면 상조는 유가족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유족의 슬픔을 ‘상품화’하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저희가 와서 해주는 게 고작 이거냐고 화내세요. 그럴 땐 정말 무력해집니다.” 장례 지도사의 말이다.

 

이 말은 단지 감정적인 토로가 아니다. 상조 실무자들은 지금 ‘윤리’와 ‘업무지침’ 사이에서 매일같이 갈등하고 있다. 고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추가 설명을 요구받지만, 정작 고객은 “기만당했다”고 느낀다. 그 분노는 고스란히 실무자에게 향한다.

 

몇몇 실무자들은 “이 일 그만두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말 그대로, 고객의 눈물 앞에서 마음을 갈아 넣고 있는 셈이다. ‘누구보다 따뜻해야 할 사람’들이 구조 속에서 먼저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조업계에 필요한 건 ‘성과’가 아니라 ‘성찰’이다. 고객은 무조건 고급스러운 장례를 원하는 게 아니다. 정직한 설명, 선택할 수 있는 여지, 그리고 고인을 위한 따뜻한 예우를 원한다.

 

실무자는 고객을 설득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사부터 달라져야 한다.
상품을 ‘업그레이드 전제’가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설계’로 바꾸고, 지역별 시장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 실무자의 말을 듣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장례는 누구나 겪는 인생의 마지막 절차다. 그만큼 상조는 신뢰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추가하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실적이 진심을 앞선다면, 고객은 떠나고 실무자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상조는 장사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 본질은 ‘고인을 잘 보내는 것’,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덜 힘들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상조가 그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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