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한투증권 KIS US 수혈, ‘글로벌 승부수’인가 ‘위기 땜질’인가

  • 등록 2025.06.09 11: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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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사장의 글로벌 전략, 외형 확장 너머 수익성은 불투명
자본 확충 반복되는 해외법인…지속 가능성에 드리운 불신의 그림자
덩치만 키운 글로벌 사업…'외형 성장'이 '내실 리스크'로 되돌아오다
‘돈으로 버티는 해외법인’…투자자 신뢰, 균열의 시작인가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미국 IB법인 KIS US에 37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글로벌 재도약’이라는 명분이 앞서지만, 실상은 실적 부진에 따른 위기관리 성격이 짙다. 김성환 사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글로벌화 전략’이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지만, 그 동력이 외형 확장에 머문다면 자칫 구조적 불안의 신호탄으로 남을 수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 5월 말 이사회를 열고 KIS US에 3711억 원을 현금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발행된 보통주 270주를 주당 약 13억7,460만 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KIS US는 한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다. 지분율 변동은 없지만 자본금은 대폭 늘어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KIS US는 2023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6%, 전 분기 대비 66% 감소하며 주춤했다. 고금리 기조와 미국 내 투자심리 위축,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규모 자본 확충은 성장 기회 확보보다는 흔들리는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방어적 수혈'로 읽힐 수 있다.

 

김 사장은 그간 ‘글로벌화’를 생존 전략으로 삼아왔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고객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라”는 주문은 전 사업부로 확산됐고, 미국 중심의 선진시장 진출과 동남아 이머징 마켓 개척이라는 투트랙 전략도 가동 중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의 MOU 체결 등 굵직한 외부 협업도 이뤄졌지만, 수익성과 내실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전장이다. 규제는 까다롭고, 시장 진입 장벽도 높다. KIS US가 2021년 2,953억 원의 자산으로 출발해 4,000억 원대까지 성장했지만, 덩치를 키웠다고 수익성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이번 증자가 오히려 ‘외형만 키운 부실 구조’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해외법인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때마다 본사가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자본 확충이 글로벌 전략의 연속이라기보다 ‘실적 땜질’로 비치기 시작하면, 이는 수익구조 다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의 확산이다. ‘미래 준비’가 아닌 ‘당장의 적자 보전’이라는 판단이 시장에서 내려진다면, 투자자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한투증권은 전 세계 8개국에서 22개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은 분명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질적 성장의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승부수’라는 메시지가 동시에 ‘핵심 해외 거점조차 내부 수익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는 우려로 읽히는 이유다.

 

3700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것이 단기 실적 악화를 메우기 위한 수혈이라면, 이는 분명한 경고음이다. 글로벌 진출은 증권사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전략이 되려면, ‘돈’보다 먼저 ‘방향’이, ‘확장’보다 먼저 ‘내실’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한투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드라이브가 아니라, 기존 전략에 대한 냉철한 점검이다. 이번 수혈이 진짜 ‘재점화’가 될지, 구조적 불안의 신호로 남을지는 김성환 사장의 실행력과 책임 경영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성장보다 먼저 그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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