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회, “지방의회 권한도, 국민 건강도 보호받아야 한다”

  • 등록 2025.06.28 1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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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법 개정·담배 제조사 책임 촉구…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야”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지방의회는 협의조차 할 수 없고, 국민은 유해물질도 모른 채 담배를 피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의 현실입니다."

 

27일 해남군의회는 두 가지 중대한 주제를 담은 건의문을 채택하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담배 제조사에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건의의 핵심은 지방의회의 권한 불균형 해소와 흡연에 따른 건강 피해에 대한 제조사의 명확한 책임 이행이다.

 

지방자치와 공공 건강, 두 축에서 해남군의회가 지적한 문제는 비단 특정 지역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는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와 국민들이 함께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며, 그 본질은 "책임과 투명성"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

 

▣ 지방의회는 '이음새 없는 권한의 사각지대'

지난 2022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30년 만의 대개혁으로 평가받았다.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은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여전히 집행기관 중심의 구조가 뿌리 깊다.

 

해남군의회는 이번 건의문에서 특히 “의회 간 협의조차 불가능한 현행법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현행 자치법 제169조는 자치단체 간 행정협의회 구성 권한을 ‘단체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며, 제182조 역시 전국 단위 협의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지역 현안을 공유하며 공식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지만, 시·군의회 의장들은 지역 단위 맞춤형 협의체를 구성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이는 자칫 집행기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통로를 구조적으로 막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남군의회는 “지방의회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조차 법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견제와 협치는 불가능하다”며, "지방자치는 이름뿐인 형식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처럼 전국 단위 기구는 존재하지만, 광역행정권역 또는 생활권 기반의 소통 구조는 제도적으로 빈틈이 많다.

 

전문가들도 지방의회 간 협의체 구성이 법으로 명문화되지 않는 이상, 정책 공동 대응이나 공동 연구·예산 편성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 "담배는 결함 있는 제품이다"… 건강 피해에 제조사의 책임 물어야

같은 날 해남군의회는 또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담배는 제조물 책임이 명확한 결함 제품이며, 기업은 이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흡연의 해악은 이제 논쟁의 여지가 없다. 폐암·후두암·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에서 흡연이 주요 원인임은 국내외 수많은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35배, 후두암은 7배 이상 높고, 소세포암의 97.5%, **편평세포암의 96.4%**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간접흡연도 안전하지 않다. 하루 5~10개비 흡연에 준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럼에도 담배 제조사들은 여전히 흡연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KT&G 등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이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해남군의회는 이와 관련해,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이루어진 소비는 결코 자유의지라 볼 수 없다”며 “이는 제조물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제정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25년부터 유해 성분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담뱃갑에는 타르와 니코틴 등 일부(8종)만이 표기되고 있다. 수천 종의 유해물질과 발암물질은 여전히 비공개다.

 

군의회는 “알 권리와 선택권은 국민의 기본 권리이며, 담배회사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며, 담배 제조사에 ▲모든 유해성분 투명 공개 ▲제조물 책임 수용 ▲국민건강보험 재정 손해에 대한 배상 이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 지방에서 던지는 질문, ‘누가 책임지는가?’

이번 해남군의회의 이중 건의문은 단순한 지역 차원의 요구를 넘어, 지방자치의 실효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치적 권한은 있지만 제도적으로 고립된 지방의회, 국민의 건강을 침해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거대 담배기업.

 

이 두 현상이 보여주는 공통된 구조는 ‘책임의 회피’다. 책임지지 않는 제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에 대한 경고가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해남군의회는 건의문 말미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방의회의 실질적 권한 보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결국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더 이상 제도와 자본의 벽 뒤에 숨지 말고, 이제는 변화로 답해야 한다.”

 

이러한 선언이 지역의 외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책임 있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해남군의회의 목소리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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