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BNK경남은행 3000억원대 횡령 사건의 주범인 전직 간부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범행에 가담한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에게도 중형이 내려졌으며, 이들과 함께 자금 세탁과 은닉에 나선 가족과 지인들까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6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BNK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본부장 이모(53)씨에게 징역 35년을 확정했다. 단, 이씨가 보관하던 금괴의 가치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약 159억원의 추징금 부분은 파기환송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54)씨에게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11억원이 확정됐다.
이씨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총 77차례에 걸쳐 회삿돈 298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단일 금융기관 횡령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20082018년에는 단독으로 출금전표를 위조해 약 803억원을 빼냈고, 이후 20142022년엔 고교 동창인 황씨와 공모해 2286억원을 추가로 횡령했다.
두 사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업무를 악용해 시행사 직원을 사칭하거나 관련 서류를 조작, 허위 대출을 실행한 뒤 대출금 및 상환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을 반복했다.
이씨는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단독으로 출금전표를 위조해 약 803억원을 횡령했다. 이후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는 고교 동창인 황씨와 공모해 약 2,286억원을 추가로 빼돌렸다. 이 기간 중 일부는 단독 범행과 공모 범행이 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씨의 가족들도 적극 가담해 은닉을 시도했다. 친형은 범죄수익 일부를 숨긴 오피스텔 세 곳의 관리에 나섰고, 부인은 현금을 수표로 바꾼 뒤 김치통에 숨기는 등 수법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 소유 오피스텔에서 1㎏짜리 골드바 101개, 현금 45억원, 미화 5만달러 등을 압수했다. 자금 세탁과 은닉에 연루된 이씨의 아내·형을 포함한 7명 모두 실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