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가 또 한 번 M&A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한국 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매도자로 등장했다. 기대 매각가는 무려 5조 원. 글로벌 골프산업이 정점에서 내려온 지금, 과연 이 숫자가 정당한 ‘시장가’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사모펀드 입장에서야 높은 몸값을 부르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매각 대상 기업의 펀더멘털과 업황, 그리고 글로벌 벤치마크의 숫자를 무시한 채 ‘원하는 숫자’를 주장하는 건 자칫 시장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가 된다.
테일러메이드의 지난해 EBITDA는 3,100억 원 수준. 주요 경쟁사인 타이틀리스트 보유 기업 아쿠쉬네트의 멀티플(기업가치/EBITDA)을 단순히 곱해도 4조 원 초반 수준에 머무른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멀티플은 시시각각 변동하며, 최근엔 13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팬데믹 특수로 불었던 골프산업의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명백한 리스크다. 수입·수출 실적 모두 하향세이고, 국내 시장 역시 2022년을 정점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트로이드는 5조 원이라는 숫자를 꺼내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능하면 더 비싸게 팔고 싶다는 욕망이다.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그런 감정적 숫자에 돈을 내지 않는다. 지금은 실사와 구조조정, 브랜드 파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앞서는 시대다.
물론 테일러메이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다. 고급 골프클럽 시장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북미·아시아 양 시장 모두에서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브랜드의 자산은 정교하게 가격화돼야 한다. 욕망과 희망을 반영해 만든 ‘5조 원짜리 숫자 놀음’은, 시장에서 그리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거래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한국 사모펀드가 글로벌 브랜드를 사들이고, 다시 팔아내는 데 있어 시장이 얼마나 냉정한지, 그리고 얼마나 정교한 ‘가치 판단’이 요구되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테일러메이드가 얼마에 팔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정당한 가격' 위에 거래가 성사돼야 이후 인수자도, 산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숫자는 장부에 남지만, 과욕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