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닷새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24차 세계비교문학협회(ICLA) 총회가 전 세계 40여 개국 14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 동국대학교, 고양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총회는 “비교문학과 기술(Comparative Literature and Technology)”을 주제로, 인공지능(AI) 시대 문학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식에서 ICLA 루치아 볼드리니(LucIA Boldrini) 회장은 “한국은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국가로 이번 총회 개최에 적합한 나라“라며, "70주년을 맞은 ICLA가 기술적, 사회적 도전에 어떻게 응답할지 논의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영민 조직위원장은 "AI가 방대한 문학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술 융합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이 특히 주목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ézio)는 특별강연에서 "기술 시대에도 문학은 인간의 고유한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역설하며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의 데이비드 댐로쉬(David Damrosch) 교수는 "AI 번역과 생성 기술이 세계문학의 지형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산드라 버먼(Sandra Bermann) 교수는 "언어 정의와 세계문학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 역설하며 깊이를 더했다.

또한, 동국대학교 윤재웅 총장은 만해 한용운 등 한국 시인의 문체를 AI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문학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제안했고,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술 문명 속에서 인간성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번 총회는 AI 번역·창작, 디지털 아카이빙 등 문학 연구와 교육에 기술을 접목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며 기술과 문학의 실질적인 융합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계 학계의 중심에서 한국 문학의 성과와 담론을 본격적으로 논의함으로써, K-팝에 이은 K-문학의 잠재력을 확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논의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문학이 지녀야 할 윤리적 책임과 인간성 회복의 역할을 재확인하며 미래 인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대회를 주최한 정윤길 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장은 “이번 총회는 문학과 기술이 어떻게 협력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K-문학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만큼, 앞으로도 세계 학계와의 연대를 통해 인문학의 공공성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70주년을 맞은 ICLA는 차기 총회 개최지로 영국을, 차기 회장으로 인도 하이데라바드 영어 및 외국어 대학교의 입시타 찬다(Ipshita Chanda) 교수를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