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 이행률 34.4%… 가스공사·전기안전공사도 ‘미이행’

  • 등록 2025.09.23 1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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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기준 306곳 중 106곳만 설치 완료… 3년 연속 저조한 이행률
- 산업부 산하기관 22곳 중 9곳 여전히 미설치, 예산·공간 부족 이유
- 김원이 의원 “정부, 설치 의무화와 예산 지원 방안 적극 검토해야”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공공기관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가 에너지 위기 대응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 관리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장치임에도, 의무를 다한 기관은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산자위 간사·목포시)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공공기관 ESS 설치의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SS 설치 의무 대상 306곳 중 설치를 완료한 기관은 106곳에 그쳤다. 이행률은 34.4%로 2022년 19.3%, 2023년 24.6%에 비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3분의 2가 넘는 기관이 법적 의무를 외면한 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대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의 범위를 넘어,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철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정전 시 비상 전원 역할까지 해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장치로 꼽힌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ESS는 전력망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할 ESS 설치에서조차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현행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계약전력 2,000kW 이상 건물에는 건물 전력의 5% 이상 규모로 ESS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의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3년간 공공기관 ESS 설치 현황>

연도 의무 대상기관(A) 이행기관(B) 미이행 기관(C) 이행률(B/A)
2022 471 91 380 19.3%
2023 281 69 212 24.6%
2024 308 106 202 34.4%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ESS 설치 현황>

구분 설치의무대상(A) ESS 설치(B) 이행률(B/A)
산자부 산하기관 22 13 59.1%

※출처 에너지공단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의 경우, ESS 설치 의무 대상이었던 22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곳이 아직 설치를 완료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이 그 대상이다. 에너지와 안전, 산업 인프라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에너지공단은 매년 제도 개편과 면제 대상 건물 추가, 공공기관 지정 변화 등으로 의무 기관 수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역시 “ESS 설치 공간 확보와 예산 부족으로 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가 국민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기업이나 지자체는 같은 조건 속에서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공공기관들이 ‘예산’과 ‘공간’을 이유로 뒤로 미룬다는 점 때문이다.

 

김원이 의원은 “공공기관들이 설치 의무를 외면하는 동안 에너지 위기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공유형 ESS, 축전식 냉방설비 등 다양한 설치 방식을 도입하고, 설치 의무화와 함께 예산 지원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형 ESS는 말 그대로 여러 기관이나 건물이 함께 하나의 장치를 설치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혼자서 큰 비용과 공간을 부담하기 어려운 기관들이 협력하면 설치가 한결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단지 안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한 곳에 ESS를 설치해 필요할 때 나눠 쓰는 식이다. 축전식 냉방설비 역시 원리는 단순하다. 밤에 전기를 이용해 차갑게 만들어둔 냉열을 저장했다가 낮 시간대 건물 냉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ESS와 함께 쓰면 전력 피크 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ESS 설치 확대가 에너지 정책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 안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출렁이는 상황에서는 ESS 없이는 안정적인 공급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폭염·한파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ESS는 전력대란을 막아줄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공기관 ESS 설치율은 행정적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국가가 에너지 위기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미루고 있는 동안,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산업 현장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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