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목포부주산 시민문화체육센터 소공연장은 지난 9월 25일 저녁, 인공지능과 예술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 특별한 공연으로 물들었다. 음악 무대 이상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펼쳐진 자리였기에 현장은 시작 전부터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무대는 ‘목포길 & 바다와 커피사이 Dr.Jeong 신곡 발표회’였다. 신곡 발표회라는 전통적 형식을 빌리면서도,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음악이라는 신선한 시도가 더해지며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 실험으로 기록될 만했다. 행사는 신안나 목포뉴스투데이 대표가 진행을 맡아 차분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이끌어 갔다.

공연의 서막은 ‘도시의 교향곡’으로 열렸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특수효과가 맞물리자 객석은 단숨에 몰입했고, 관객들의 시선과 호흡은 모두 무대에 고정됐다. 이어 메인 테마곡 ‘목포길’이 흐르자 목포의 바다 내음과 골목길 정취가 음악 속에 녹아들어, 청중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한 울림을 주었다.
공연은 음악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의미를 확장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과 신순호 독자 편집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축사와 환영사를 전하며 “목포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것은 지역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라고 강조하자, 객석에서도 박수가 이어졌다.

곧이어 열린 뮤직쇼와 질의응답 시간은 공연의 백미였다. 목포시립합창단 지휘자를 역임한 하수미 교수는 신곡의 음악적 해석과 대중적 가치를 짚어내며 “AI 음악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태영 박사는 AI가 작곡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음악이 인류의 삶과 치유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출연진 사이에서는 “AI로 만든 음악은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가?”, “악기 연주를 어느 수준까지 대체할 수 있나?”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을 넘어 마치 패널 토론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한쪽에서는 AI 음악의 접근성과 창작의 민주화를 강조했고, 다른 쪽에서는 예술의 본질이 기술에 의해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치유 음악의 잠재력과 세계 최초 시도의 의미, 그리고 향후 음악 산업 전반에 미칠 변화 전망까지 다양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객석은 관람자에 머물지 않고 토론의 연장선에 참여하는 동반자로서 반응했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표현했다. 무대와 객석은 질문과 답변, 그리고 생각의 교환 속에서 하나로 이어졌고, 공연장은 음악과 담론이 동시에 흐르는 살아 있는 장(場)으로 변모했다.


분위기는 다시 공연으로 이어졌다. 양민자 교수의 오카리나 연주는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고, 문안나 신안 음악협회 지부장은 특유의 따뜻한 음색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앵콜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며 공연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내빈 소개와 행운권 추첨까지 이어지자, 이날의 무대는 끝까지 활기와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이번 신곡 발표회는 새로운 곡을 공개하는 자리를 넘어, 음악과 기술이 만날 때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보여주었다.
AI가 인간의 창작 과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술이 기술과 만날 때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목포라는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목포길’이라는 곡명처럼, 이번 무대는 목포의 길을 따라 흐르듯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오래 기억될 한 장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