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람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하 사진: KPGA 제공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제가 최경주 프로님 책을 5번 읽었습니다."
28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 원)에서 우승한 전가람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전가람은 이날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13언더파 275타의 이태훈과 김백준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전가람은 지난해 6월 KPGA 선수권 이후 1년 3개월 만에 투어 4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전가람은 우승 상금은 2억5,000만 원을 받았다.
전가람은 "제가 고등학교 때 '코리안 탱크, 최경주'라는 2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책을 5번 읽었다"며 "이번 대회 첫날 6언더파를 치고 '최 프로님 대회에서 우승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일몰 직전에 연장전 없이 우승을 확정한 전가람이 이 이야기를 대회 호스트인 최경주에게 했더니 최경주가 "그 책을 읽고 얻은 것이 뭐냐"고 물었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전가람은 "생각이 안 난다고 답했다"며 껄껄 웃었다.
전가람(왼쪽)과 대회 주최자 최경주
그랬더니 최경주가 "책 2편이 나오면 선물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가람은 "올해 초반부터 골프가 너무 안 됐다"며 "자잘한 부상도 많고, 샷감도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7, 8월 대회가 없는 기간에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며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서 하루 8∼9시간씩 계속 샷 연습을 했는데 그러다가 8월 말 하반기 첫 대회를 2주 앞두고 허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하반기 첫 대회인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1라운드 후 기권했고, 그다음 대회는 못 나갔다"며 "다행히 지난주 골프존오픈 때 감이 돌아와서, 이번 대회는 정말 이를 악물고 했다"고 허리 부상을 이겨낸 과정을 설명했다.
이태훈과 김백준이 앞 조에서 먼저 경기를 끝냈고,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전가람이 공동 선두였던 18번 홀(파5)이 이날의 승부처가 됐다.
전가람은 "앞 조 선수들이 버디를 못 한 것은 알고 있었다"며 "끊어서 갈까 하다가 투온을 노리기로 했고, 첫 퍼트가 홀을 많이 지나친 데다 두 번째 퍼트도 사실 내리막에 세게 맞았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고 웃었다.
그는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꼭 나가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5승, 6승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DP 월드투어와 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6명까지 나갈 수 있는데 전가람은 이번 우승으로 60위 밖에서 17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비 때문에 오전 10시 4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1시간 50분간 중단되며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경기 막판까지 전가람, 김백준, 이태훈이 13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날 우승자가 정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몰 시각이 저녁 6시 19분이었고, 전가람이 마지막 홀 그린에 올라온 시간이 오후 6시 3분 정도였다.
3명이 연장에 들어가면 경기 진행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장전 기운이 감도는 듯했으나 전가람은 18번 홀(파)에서 약 2.5m 버디 퍼트를 넣고 연장전을 기다리던 이태훈과 김백준을 실망하게 했다.
최승빈이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김종학은 이날 8타를 잃는 부진 속에 5언더파 283타, 공동 19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제네시스 포인트와 상금 1위 옥태훈은 이븐파 288타로 공동 42위,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이수민은 7오버파 295타로 공동 59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