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비롯한 3개 상임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대거 증인으로 소환한다.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와 안전사고로 건설사의 현장 관리 책임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의 책임 추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국회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8개사 대표가 국토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 등이다.

올해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 신안산선 터널 사고, 아파트 현장 사망사고 등 잇단 중대재해가 국감 소환의 직접적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면허 취소 검토 등 강력 대응”을 주문하면서 정치권 내 ‘건설사 책임론’이 한층 거세졌다.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건설사들의 안전관리 실태와 중대재해처벌법상 ‘관리·감독 의무’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추락·끼임 등 사망사고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던 곳은 현대건설(12건)로 나타났다. 이어 대우건설(11건), 롯데건설(9건), DL이앤씨(8건), 한화·한화오션·현대엔지니어링·계룡건설·포스코이앤씨(각 7건)가 뒤를 이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의혹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증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중대재해 및 고속도로 붕괴사고 관련 증인으로 김민식 이랜드건설 대표(27일),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30일)를 각각 채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잇단 CEO 소환에 대해 “기업 길들이기식 국감”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국감이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보다 ‘망신주기’에 그치고, 정작 안전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기준에 맞춰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외국인 노동자 증가, 폭염·폭우 등 복합적 요인으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원청 책임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정 공사비와 공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전한 시공이 불가능하다”며 “저가입찰 구조, 하도급 관행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 ‘재발방지 약속’만 받는 국감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위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김원철 대표도 증인으로 소환했다. 주택공급과 건설정책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명분이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청탁 의혹과 지역주택조합 불공정 계약 논란에 대한 질의도 나올 전망이다.

유림건설 손형관 대표 역시 건설사 대상 ‘갑질 피해’ 문제와 관련해 오는 29일 국토위 종합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