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보유 자산을 정리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T커머스 사업과 부동산 등을 연이어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SKT는 향후 5년간 약 5조원을 AI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SKT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SK스토아가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양맹석 SK스토아 대표는 이달 15일 임직원 공지를 통해 “조만간 매각 프로세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인 SK스토아는 지난해 매출 3023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했지만 성장 정체와 시장 부진으로 SKT 연결 매출 기여도는 3% 수준에 그친다.

이어 SK플래닛 판교 사옥도 SK리츠에 2157억원에 매각된다. SKT가 59.8% 지분을 가진 해당 건물은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으로 처분되며, SK리츠가 건물을 매입한 뒤 다시 SKT에 임대한다. 업계에서는 “시설 이전 부담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리형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T는 지난해 말부터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왔다. 2023년 말 SK커뮤니케이션즈·F&U신용정보·SK엠앤서비스 등 계열사를 삼구이앤씨에 넘겼고, 올해 4월에는 카카오 지분 매각으로 4133억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자금은 모두 AI 중심의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SKT는 9월 발표한 신규 전략에서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AI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이다. 올해 하반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했으며, 총 사업비는 7조원 규모다. 이 중 AWS가 5조원 이상을 부담하고 SK브로드밴드가 2조원을 책임지는 구조다. 별도로 오픈AI와도 서남권에 전용 데이터센터 설립 협력을 추진 중이다.

SKT의 투자 여력은 5G 설비투자(CAPEX)가 안정화되면서 확보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2020년 3조250억원 △2023년 2조7420억원 △2024년 2조3940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김양섭 SKT CFO는 “5G 전국망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감가상각 여력이 A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적 부진은 부담 요인이다. 올해 고객정보 침해 사고 관련 보상 비용 약 5000억원이 반영되면서 SKT는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매출은 17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하락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3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분기만 보더라도 연결 기준 매출 4조3388억원, 영업이익 3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37.1% 감소했다. 3분기에는 매출 감소폭이 10% 이상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