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알파벳 지분을 신규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랜만에 주요 기술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17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유주식 보고서(13F)를 통해 9월 30일 기준 약 43억달러(약 6조3000억원) 상당의 알파벳 주식 1,780만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알파벳은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10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으나 알파벳 주가는 약 5% 상승했다.
버핏이 고성장 기술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시장에서는 ‘이례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은 애플이지만, 버핏은 이를 기술기업이 아닌 소비재 기업으로 분류해왔다.
이번 매수는 버크셔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테드 웨슬러 또는 토드 콤스의 결정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최근 버크셔의 약 3,000억달러 규모 포트폴리오 내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2019년부터 아마존 등 기술주 투자를 담당해왔다. 다만 버핏이 연말 CEO 퇴임을 앞두고 직접 승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핏은 내년 1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기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알파벳은 AI 투자 확대와 클라우드 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가 46% 상승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의 12개월 선행 PER은 25.5배로, 마이크로소프트(32배), 브로드컴(50.8배), 엔비디아(41.9배)보다 낮다.
CFRA리서치의 안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강한 현금창출력과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갖추고 있어 버크셔가 더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술주”라고 평가했다.
글렌뷰트러스트컴퍼니의 빌 스톤 CIO는 이번 알파벳 매수가 “버크셔의 투자 범위를 기술 분야로 확장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핏은 과거 구글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버크셔 산하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는 구글 초기 핵심 광고주였으며, 버핏은 “기술 이해 부족으로 경쟁력이 지속될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