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두산이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직접적인 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이지만,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축으로 반도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SK㈜는 17일 공시를 통해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거래 조건과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두산은 자체사업으로 전자소재를 담당하는 전자BG와 통합 IT 서비스 조직인 디지털이노베이션BU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전자BG는 최근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전자BG 매출은 4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2% 증가했다.
전자BG는 지난해 말부터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에 적용되는 동박적층판(CCL) 생산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AI 가속기 및 800G급 고부가 소재 수요가 늘면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재편했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은 시스템반도체 테스트를 담당하는 두산테스나와 ㈜두산 전자BG가 양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두산테스나는 아직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832억원, 영업이익은 53억원으로 각각 15.7%, 5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두산이 반도체 사업의 외형과 안정성을 동시에 키우기 위해 대형 M&A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두산이 우선협상 대상으로 지목된 지분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순차입금을 감안할 경우 실제 인수 금액은 3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업 구조상 직접적인 시너지는 제한적이다. ㈜두산 전자BG는 반도체 패키징 단계에서 쓰이는 PCB 핵심 소재를 생산하고, 두산테스나는 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한다. 반면 SK실트론은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실트론 인수는 반도체·첨단소재 분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SK실트론은 연간 약 2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인수 성사 시 그룹 차원의 외형 성장 효과도 기대된다.
인수 자금은 ㈜두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차입을 병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3분기 말 기준 ㈜두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2490억원이다. 전자BG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어, 추가 재원은 차입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두산은 그간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이어왔다. 2022년 국내 반도체 테스트 1위 기업 두산테스나를 약 4600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2월에는 후공정 패키징 기업 엔지온을 편입하며 관련 사업 시너지를 확대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