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진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시선이 룰루레몬의 사업 정상화 여부에 쏠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룰루레몬의 주요 주주로 부상했으며,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제인 닐슨 전 랄프로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룰루레몬은 지난 1년간 매출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해 왔다. 회사는 최근 칼빈 맥도날드 CEO가 내년 1월 31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며, 차기 CEO 선임을 위해 글로벌 임원 헤드헌팅 업체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영진 교체 움직임은 창업자인 칩 윌슨의 문제 제기 이후 본격화됐다. 윌슨은 10년 전 이사회에서 물러났지만 현재도 약 9%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개편을 포함한 행동주의 행보를 시사하며, 최근의 실적 부진을 두고 “이사회가 회사의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 결과”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주가 흐름은 엇갈린다. 룰루레몬 주가는 올해 들어 약 45% 하락했지만, 새 CEO 선임 기대가 커지며 최근 한 달간에는 27% 반등했다. 바클레이스의 애이드리언 이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대한 최악의 압박 국면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투자 심리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룰루레몬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애슬레저 붐을 타고 급성장했으나, 2023년 말 고점을 찍은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팬데믹 특수로 형성된 높은 성장 기대치가 부담으로 작용한 데다, 경쟁 심화와 데님·워크웨어 중심의 트렌드 변화, 제품 혁신 부족, 재고 운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주목하는 인물로 거론되는 제인 닐슨은 구조조정과 사업 재건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니덤의 톰 니킥 애널리스트는 닐슨을 “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진 중 한 명”이라며, 랄프로렌과 코치에서 주도한 재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회복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랜덜 코닉 애널리스트는 룰루레몬의 구조적 문제를 “수년에 걸친 과제”로 규정하며, 경영진 개편과 함께 요가 기반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 과도한 할인 정책 축소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본격적인 개입이 룰루레몬의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