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메모리 업황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최근 확산된 ‘AI 거품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3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로, 시장 예상치(매출 128억4000만달러·EPS 3.95달러)를 모두 큰 폭으로 상회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연평균 40% 성장해 2028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TAM)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본지출 계획도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현재는 사실상 완판을 넘어선 상태”라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를 187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142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조정 EPS 전망치 역시 8.42달러로 시장 기대를 대폭 상회했다.
실적 발표 이후 투자은행들의 평가도 빠르게 상향됐다. JP모건은 우호적인 가격 환경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미국 반도체 역사상 가장 큰 폭의 매출·이익 가이던스 상향”이라고 평가했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AI 성장세가 지속되는 한 반도체 수급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며 AI 관련 모멘텀이 최소 2026년, 길게는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즈호증권의 조셉 렌 애널리스트도 “마이크론의 실적과 전망 상향이 최근 흔들리던 AI 투자 심리를 되돌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다만 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와 같은 날, 오라클의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핵심 투자자가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에 긴장감을 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의 투자 파트너인 블루아울캐피털이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100억달러 규모, 1GW급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발을 뺐다고 보도했다.
최근 오라클은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부채가 급증하며 ‘AI 거품론’을 다시 자극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실적이 AI 투자에 대한 불안을 진정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