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의 구인 규모가 지난해 11월 들어 크게 줄어들며 고용시장이 점진적인 냉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에 더욱 신중해진 가운데, 신규 채용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구인 건수는 약 715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수정치인 745만 건에서 감소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760만 건)에도 크게 못 미친다. 구인 규모로는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여가·접객업, 보건의료·사회복지, 운송·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채용 수요가 줄면서 전체 구인 감소를 이끌었다. 신규 채용 건수 역시 511만5천 건으로, 2024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고용률은 전월 3.4%에서 3.2%로 하락했다.
채용 둔화는 노동시장이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 10월 한때 급증했던 해고 건수는 11월 들어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숙박·음식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자발적 퇴직은 316만1천 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노동시장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실업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9로 하락하며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팬데믹 이후 고용 과열기였던 2022년 초에는 2대 1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다만 단기적인 반등 신호도 일부 포착된다. 앞서 공개된 민간 고용 지표인 AD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4만1천 건 증가했다. 증가 폭은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고용 감소 우려를 다소 완화시키는 수준이다.
ADP의 넬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채용 흐름은 일관되지 못했다”며 “한 달간의 고용 증가는 추세적인 회복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용은 둔화됐지만 붕괴 단계는 아니며, 해고 급증 조짐도 제한적”이라며 “연준은 2026년을 향해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완만한 고용 둔화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관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서비스업 경기는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다.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4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해 1년여 만에 가장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경제 전반의 고용 여건을 일정 부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고용 둔화를 고려해 지난해 말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만큼 이달 말 예정된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향후 발표될 고용 지표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