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안전’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내세우며 현장 위기감을 공식화하고 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와 정부의 고강도 대응이 맞물리며, 안전이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닌 생존 과제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 건설사들은 올해 경영 방향의 최상단에 ‘안전 경영’을 배치했다. DL이앤씨는 안전을 경영의 절대 가치로 삼겠다며 데이터 기반 예측 관리 시스템 도입과 함께, 안전 수칙을 위반한 협력업체와의 거래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전·품질 관리 고도화를 신년 과제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들이 신년 메시지에서 현장 안전 강화를 공통 화두로 내걸었다.
이 같은 흐름은 건설 현장의 사고 현실과 직결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사고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는 210명으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았으며, 사고 건수는 동일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인명사고를 낸 건설사를 대상으로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예방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참여 제한 등 강력한 제재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정부의 제도적 압박 역시 강화되고 있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책임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현장 안전과 노동자 권리를 동시에 겨냥한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을 중단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영업정지 요건 역시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이익이 없거나 적자 기업에는 최소 30억 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예고했다.
현장 차원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건설기계와 작업자 간 충돌을 사전에 감지하는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도입했고,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AI 기반 번역 기능도 적용했다. DL이앤씨는 스마트 안전관제 상황실을 구축하고 안전관리 인력을 확충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업계는 안전이 더 이상 선택적 메시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고, 관련 법과 제재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며 “신년사에 담긴 ‘안전’은 선언이 아니라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