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4개월 멈춘 서울북부지법 판결…정릉골 재개발, 조합원만 벼랑 끝에 섰다

  • 등록 2026.01.10 10: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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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당선무효 1년 공백, 조합원만 손해
세 번 멈춘 재개발, 책임은 어디로
법원 판단 지연, 이자는 계속 불어난다
이권 집착이 키운 정릉골의 구조적 위기

정릉골 재개발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하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 지연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조합의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상태는 이미 상당 기간 누적돼 왔다. 정릉골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2월 7일, 선거관리위원회의 조합장 당선 무효 선언 이후 사실상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무정부 상태’에 놓인 채 운영돼 왔다. 그로부터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업은 잦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그 사이 금융 비용과 이자는 쉼 없이 누적됐다.

 

조합장 부재가 장기화되는 동안 사업은 멈췄고, 지난 한 해에만 사업 중단과 지연으로 발생한 금융·시간 비용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처럼 누적되는 막대한 손실에 대해 명확한 책임 주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천재진 전 조합장 체제 아래에서 10여 년간 조합을 장악해 온 상근 임원·이사진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조합 운영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왔다는 점이다. 천 전 조합장이 사퇴한 뒤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임동하 조합장이 당선됐음에도, 기존 임원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 무효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법원은 이후 이 같은 결정과 해임 시도를 잇달아 기각했지만, 조합은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은 뒤였다.

 

지난해 정릉골 재개발의 시간표는 ‘혼란의 기록’에 가깝다. △1월 23일 임시총회를 통한 신임 조합장 선출 △2월 7일 선관위의 조합장 당선 무효 선언으로 1차 사업 중단 △4월 18일 법원의 당선 무효 선언 무효 판결 △4월 19일 1차 해임총회 강행으로 2차 사업 중단 △8월 20일 법원의 해임총회 무효 결정 △8월 23일 2차 해임총회로 3차 사업 중단 △9월 27일 기존 집행부 전원 해임 임시총회 개최. 한 해에 세 차례나 조합장 해임을 둘러싼 총회가 반복된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임동하 조합장 측은 지난해 8월 23일 열린 2차 해임총회에서 해임 결의가 통과되자 이에 불복해 조합장 해임 무효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가처분은 같은해 9월 2일 법원에 접수됐으며, 현재까지 4개월이 넘도록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쟁점은 해임 결의 과정에서 제출된 철회서의 유효성이다. 임동하 조합장 측은 해임안 표결 이후 상당수 철회서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동일인이 중복 제출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철회 의사가 명확히 표시된 서류가 적법하게 접수됐다면, 해당 표는 의결 판단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그럼에도 철회서의 효력과 처리 방식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지연되면서, 조합은 조합장 부재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그 사이 재개발 사업은 멈춰 선 채 금융 부담만 누적되고 있다.

 

가처분 결정 지연의 대가는 치명적이다. 조합장은 없고 사업은 멈췄지만, 이자는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23일자 「위기의 정릉골 재개발① 총회는 없었다…700억 계약 변경이 만든 구조적 위기」에서 보도했듯, 정릉골 재개발은 ‘이자 연체가 곧 개인 신용 위기로 전이되는 구조’라는 근본적 위험을 안고 있다. 조합 총회 의결 없이 진행된 700억 원 규모의 계약 변경은 금융 리스크를 급격히 확대시켰고, 이는 금리 인상과 상환 조건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그 부담은 분담금 증가라는 형태로 조합원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천 전 조합장 측 인사들과 이른바 ‘짱아파’로 불리는 성북구 일대 폭력조직이 재개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본지는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를 통해 성북구 재개발 사업에 조직폭력배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윤 모 씨를 둘러싼 폭력·협박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조합 내 갈등이 단순한 내부 분쟁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관위의 조합장 당선 무효 선언과 해임총회는 모두 법원에서 기각 또는 무효 판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동일한 방식의 방해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재개발 방해 공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 조합원들의 시간과 신용을 담보로 한 소모전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법원의 역할도 분명하다.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판단 지연 자체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론은 내려져야 한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그 부담은 전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아울러 천 전 조합장의 영향권에 있는 상근 임원들과 기존 이사진은 이제라도 손을 떼야 한다. 이권을 움켜쥔 채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의 피해만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책임 추궁과 손해배상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최소한의 상식과 부끄러움을 보여야 할 때다.

 

한편 본지는 지난해 신임 조합장 임동하 씨와 조합 업무대행자 김종호 씨에게 공동 인터뷰를 제안해 임 조합장과는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김 대행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조합원 한 모 씨가 이의제기를 해 추가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일정 조율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커질 뿐이다.

 

정릉골 재개발은 지금, 1년에 가까운 무정부 상태와 4개월째 멈춘 사법 판단이라는 이중 위기 속에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신용과 삶이 더 이상 실험대에 올라서는 안 된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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