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하이닉스,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시총 2000조도 가능”

  • 등록 2026.01.27 05: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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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주도권, ‘메모리 회사’ 인식 넘는다
AI 인프라 기업으로 가치 재평가 강조
엔비디아·TSMC와 공급망 삼각축 자신
“장기적으로 시총 2000조도 가능”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를 단순한 메모리 제조사가 아닌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규정하며,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0조 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인공지능 산업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기업 가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26일 출간된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 슈퍼 모멘텀』에 실린 특별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하이닉스가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인식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하이닉스 시가총액이 200조 원을 돌파한 시점을 언급하며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는 느낌”이라며, 2030년 700조 원, 이후에는 1000조~2000조 원까지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커머디티 인식 벗어나야…AI 회사로 봐야”

 

최 회장은 현재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여전히 ‘범용 메모리 제조사’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짚었다. 그는 “AI 반도체 기업, 더 나아가 AI 인프라 기업으로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시총의 벽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의 비교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견주려면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며 “큰 목표를 설정해야 그에 맞는 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HBM 성공의 출발점은 ‘언더독의 집념’

 

HBM 개발 과정에 대해서는 ‘언더독 스토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HBM의 초기 개념이 AMD에서 출발했으며, 리사 수 AMD CEO의 강한 요청이 개발을 이어가게 만든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고대역폭·고용량을 구현하는 기술이지만,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반복되는 수율 실패와 고객사 반려로 내부 회의론도 컸다. 최 회장은 이를 두고 “아오지 탄광에서 버티는 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하이닉스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독한 DNA’를 꼽았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단련된 조직 특유의 독함이 결국 HBM을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 “AI 공급망, 하이닉스-엔비디아-TSMC 삼각구도”

 

최 회장은 향후 AI 공급망에서 SK하이닉스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가속기의 핵심 병목으로 HBM과 패키징을 지목하며,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TSMC뿐이라고 단언했다.

 

“엔비디아조차 이 두 영역은 외부 파트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하이닉스-엔비디아-TSMC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이닉스 없었다면 한국은 AI 변방으로 밀렸을 것”

 

최 회장은 하이닉스의 존재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을 바꿨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초 하이닉스가 해외로 매각됐다면, 지금 한국은 AI 인프라 논의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초기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는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선대 회장과의 약속…꿈은 이뤘지만 아직 배고프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반도체 집념이 선대 회장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 10억 원씩 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떠올린다”며, 현재 하이닉스의 실적은 그 꿈을 훨씬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꿈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며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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