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설을 앞둔 보성의 풍경은 한쪽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군청 안에서는 민생 숫자가 먼저 정리됐고, 읍·면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여기에 축제 성과와 교육 비전까지 겹치며, 보성군의 행정은 생활·관광·교육을 동시에 건드리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가 다시 꺼내 든 정책의 출발점은 ‘민생600’이다.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이 2월 2일부터 본격 지급된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안에서 자금이 돌게 하겠다는 판단이 먼저 섰다.
이번 지원은 지난해에 이어 두 해째다. 한 번 주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정책을 생활 속에 남기는 선택이다. 그래서 ‘민생600’이라는 표현은 이제 보성 안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통한다. 정책명이 브랜드처럼 굳어가는 과정이다.
재원 마련 방식도 눈길을 끈다. 군은 2019년부터 적립해 온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했다. 별도의 지방채 발행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생 지원과 재정 균형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급 수단은 보성사랑상품권이다. 전통시장과 음식점, 마트, 도소매·서비스업 등 관내 2,200여 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돈이 군 밖으로 빠져나가기보다 골목 안에서 여러 차례 순환하도록 설계했다. 군은 설 전후 약 11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지역 상권에 풀리며 소상공인 매출 회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고 있다.
절차는 현장 중심이다. 신청 초기에는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접수·지급을 병행한다.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식이다. 행정 편의보다 실제 수령을 기준에 둔 접근이다.
민생에 온기가 돌기 시작할 즈음, 관광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보성다향대축제가 전라남도 대표축제 평가에서 ‘우수축제’로 선정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에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성차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꾸준히 다듬어온 결과다.
녹차 따기와 다례 체험, 덖음차 만들기 같은 기본 프로그램에 차밭을 무대로 한 공연과 야간 경관 연출이 더해지면서 축제의 성격도 달라졌다. 잠깐 들렀다 가는 방문형에서 머물고 다시 찾는 체류형 축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그 효과는 관광객 숫자에 그치지 않고 농특산물 소비 확대, 소상공인 매출 증가, 주민·청년 참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 분야에서도 방향 제시가 이어졌다. 보성군과 보성교육지원청은 지난 23일 보성군문화예술회관에서 ‘2030 보성 미래교육 비전 선포식’을 열고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는 교육 청사진을 공유했다. 행사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무대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섰다. 관내 초·중·고 학생 33명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 상영됐고, 학생 대표가 비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교육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참여와 실천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보성군이 제시한 교육 방향은 ‘글로컬 미래교육’이다. 지역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3보향’(의향·예향·다향) 가치를 담은 시민 교육, 자기 주도적 성장 교육, 디지털 배움터 조성이 함께 제시됐다.
실행 장치도 구체화됐다. 보성 AI교육센터와 다도교육체험관, 민주 시민교육지원센터 조성이 추진되고, 미래 산업과 연계한 진로 교육과 학교·마을을 잇는 공유캠퍼스 구축도 함께 간다. 교육자치협력지구 협약에 따라 향후 4년간 8억8천만 원이 투입돼 지역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된다.
최근 보성군의 행보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민생은 당장 체감하게 하고, 축제는 지역의 얼굴로 키우며, 교육은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는 흐름이다. 설을 앞둔 보성은 지금 이 세 축을 동시에 움직이며 조용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