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ㅣ정부가 국민연금을 포함한 67개 공적기금의 여유 자금 운용 기준을 손질하며, 벤처·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었다. 총 1400조 원에 달하는 연기금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이른바 ‘삼천닥(코스닥 3000)’ 달성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제1차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기금 자산운용 기본 방향’과 이를 반영한 기금 운용 평가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금 자산운용의 중장기 방향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연기금 운용 평가 기준을 코스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벤처·코스닥 투자까지 포괄하도록 바꾼 점이다. 정부는 벤처 투자에 대한 평가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확대하고, 가점 적용을 위한 최소 투자 금액 기준도 대폭 상향했다. 대규모 기금의 경우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대형 기금은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조정했다.
특히 벤처 투자의 특성을 고려해 신규 펀드 결성 이후 초기 3년간의 수익률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초기 손실 이후 수익이 급격히 상승하는 ‘J커브’ 구조를 감안해, 단기 성과 부담 때문에 연기금이 벤처 투자를 꺼리는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코스닥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기존에는 국내 주식형 운용 성과를 평가할 때 코스피 지수만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코스닥 지수를 5% 비중으로 혼합 반영한다. 코스닥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평가 점수가 불리해지는 구조다.
연기금 운용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돼 온 해외 투자 수익률 왜곡도 손본다. 그동안 일부 기금이 환헤지를 전제로 투자 계획을 세운 뒤, 실제 평가에서는 환율 상승 효과가 반영된 ‘환 오픈’ 수익률을 제출해 성과를 부풀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앞으로 실제 운용에 적용한 환정책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평가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 위험을 별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박봉용 기획재정부 재정성과국장은 “이번 기금 자산운용 기본 방향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공적기금이 투자 계획을 수립할 때 준거로 삼게 될 가이드라인”이라며 “연기금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흐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