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제유가가 중동 정세 완화 기대 속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이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완화된 영향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5.28% 하락한 배럴당 93.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때 100달러를 웃돌았던 유가는 이후 급격히 상승폭을 반납했다.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5월물도 장중 10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 거래일 대비 2.84% 내린 배럴당 100.21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약 40% 급등하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선 바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4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위에서 마감하기도 했다.
이날 유가 하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항로를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연합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몇몇 국가는 덜 적극적”이라며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보호해 온 나라들 가운데서도 참여하지 않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이란 유조선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허용되고 있다”며 “세계 다른 지역으로 원유 공급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에너지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 섬에 대한 추가 공습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는 카르그 섬에서 출하된다. 만약 이 지역의 수출 터미널이 직접 공격을 받을 경우 하루 약 15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수출이 즉각 중단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이미 글로벌 석유 공급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공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30개 이상의 국가가 총 4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전쟁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