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대표이사 김홍철)이 1,000억 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만 6.3%에 이르고, 발행 후 매년 가산금리가 붙는 ‘스텝업 조건’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고금리성 자금조달이다. 이름은 ‘자본’이지만, 실상은 2년 만기성 부채에 가까운 영구채에 기대는 이 조달 방식은 코리아세븐이 직면한 재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영구채 발행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8~9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000억 원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적인 회사채 차환이 아닌 신종자본증권을 택한 것은,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회계상 효과를 의도한 전략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는 150%포인트가 넘는 부채비율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질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구조다. 2022년 미니스톱 인수 이후 적자가 누적되며 자본은 반토막이 났고, 부채비율은 554%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업 재무건전성의 위험신호를 넘어, 외부 신용도에도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여기에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까지 더해진다. 이번 영구채 발행만으로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물론 코리아세븐도 사정이 없지 않다. PMI(인수 후 통합)가 장기화되며 수익 회복이 늦어졌고, 유통업 전반이 고금리·고비용 구조에서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행은 일종의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콜옵션이 붙은 구조상 2년 후에는 다시 조달 시장과 마주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조달 기술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에 집중할 때다. 매장 수 늘리기로는 더 이상 승부할 수 없는 시대다. 수익성 중심의 점포 전략, 점당 매출 극대화, PB상품 차별화, 물류비 최적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재무구조도 ‘진짜로’ 좋아진다. 자산 매각이나 비용 통제 같은 비재무적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A’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암묵적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그룹 의존도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결국 스스로의 체질개선이 없으면, 자본시장은 다시 높은 금리로 응답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자본 확충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기의 신호다. 이번 영구채는 ‘눈속임’이 아니라, ‘기회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코리아세븐이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달려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