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명현관 해남군수가 국비 확보를 위해 다시 한번 서울로 향했다.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국회와 정부 부처, 국정기획위원회를 잇따라 방문하며 해남군 핵심 현안에 대한 정부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그동안 수차례의 예산 설명회와 간담회를 통해 정책 설득을 이어온 명 군수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형식적 방문이 아닌 '결정적 승부처'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방문의 핵심 의제는 단연 ‘녹색융합 클러스터’다. 해남군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사용 후 태양광 패널의 회수, 분해, 재활용을 위한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환경 분야를 넘어 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 시스템을 함께 아우르는 ‘기후위기 대응형 산업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346억 원. 이 중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 군수는 "지방의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지방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획재정부 임기근 제2차관과 면담에서,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 실현 모델이 지방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해남이 기후위기 대응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도 주목된다. 이미 해남군은 신재생에너지 특화지역으로 분류되며, 풍력·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민간투자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명 군수는 이번 방문에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활 인프라 확충 사업도 함께 건의했다. △송지면 어란리, 마산면 안정리 일원의 농어촌 마을하수도 정비사업은 지역민들이 수년째 기다려온 사업으로, 주민 위생과 수질 관리에 필수적이다. △호남고속철도와 경전선 연결사업은 광역 교통망과 물류 동선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교통망 사업으로,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 구상 역시 해남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중간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며, 장기 과제로서 관심을 당부했다. △현산면 일대 상습 침수 피해 지역에 대해서는 배수개선사업을 위한 기본조사 지구로의 선정을 요청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지하수원 개발도 주요 건의 과제로 올렸다. 특히 이 사업은 최근 강수 패턴 변화와 가뭄 가능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농업생산 기반을 안정시키는 핵심 대책으로 평가된다.
건의된 사업들은 해남이 ‘살기 좋은 농산어촌’으로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해남군은 국비 사업뿐 아니라, 군 차원의 미래 발전 전략을 정부의 중장기 정책 방향과 접목시키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 군수는 국정기획위원회와의 면담에서 ‘대한민국 농어촌수도 해남’ 구상과 관련된 주요 정책들을 설명하고, 해남형 국정과제의 공식 반영을 건의했다. 이른바 수도권 중심의 정책 흐름에 맞서, 해남이 농어촌 혁신의 대표 사례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는 하종목 지방재정국장을 만나,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특별교부세 반영을 적극 요청했다. 명 군수는 이 자리에서 “특별교부세는 지역의 긴급하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숨통’과 같다”며, 각 사업의 구체적 필요성과 예산 집행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현관 군수는 “지방의 현안이 정책이 되고, 국비가 따라붙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그 첫 단추가 되는 것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지원 국회의원과는 해남군의 주요 사업에 대해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기로 하고, 향후 예결위 심사와 기재부 본심사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방문은 예산 확보에 그치지 않고, 해남이 국가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나가는 정책적 선언이자 실행 전략으로 평가된다.
“중앙은 속도를 내고, 지방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처럼, 해남군은 이제 국비 확보를 넘어 ‘국가와 함께 호흡하는 지방행정’의 모델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