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의 눈,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다가 마침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미국의 기술이전 거부로 시작된 도전은 9년 만에 결실을 맺었고, 한화시스템은 국산 AESA 레이다 개발과 양산, 수출까지 모두 성공한 국내 유일 기업이 됐다.

지난 5일 한화시스템이 경기도 용인종합연구소에서 ‘KF-21용 AESA 레이다 양산 1호기 출고식’을 열고 본격적인 전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행사에는 방위사업청·공군·ADD·국방기술품질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전투기 ‘국산 눈’의 출발을 함께 축하했다.

AESA 레이다는 공중·지상·해상에서 다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식별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로, 공중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장비다. 기존 기계식 레이다보다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수해 ‘스텔스기의 눈’으로 불린다.

기술이전 거부 이겨낸 ‘집념의 결실’… 2020년 시제기 이어 2024년 양산기 출고
AESA 레이다 개발은 2015년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좌초 위기에 놓였지만,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아래 한화시스템이 주도적으로 뛰어들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개발 착수 후 불과 4년 만인 2020년 시제 1호기를 출고했고, 이번 양산 1호기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2028년까지 총 40대가 KF-21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출고식이 열린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항공용 소형 레이다 4기 동시 시험이 가능한 근접전계시험장’을 완공하며 양산 체계를 갖췄다. 약 1,000개 송수신 채널을 정밀 분석할 수 있어 고속 양산·검증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투기의 눈’ 넘어 글로벌 시장 겨눈다… 유럽에 첫 수출 성사
한화시스템은 올해 5월 유럽의 항공방산 기업 레오나르도와 경공격기용 AESA 레이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레이다의 첫 수출 사례를 만들어냈다. 항공기뿐 아니라 무인기, 경전투기 등 다양한 플랫폼용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박혁 DE사업부장은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다를 수출까지 해낸 유일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방산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ESA뿐 아니다… KF-21 핵심 장비 대부분 한화시스템이 국산화
한화시스템은 AESA 외에도 IRST(적외선 탐색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획득장비), 임무컴퓨터(MC), 다기능시현기(MFD), 음성신호제어시스템(ACCS) 등 KF-21의 두뇌·눈·귀 역할을 하는 핵심 항전장비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며 ‘KF-21의 실질적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정규헌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AESA 양산 1호기는 우리 기술력의 상징”이라며 “KF-21을 통해 첨단 강군, 방산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