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한화그룹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매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대규모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그룹이 전략적 자산으로 확보해온 지분을 ‘현금화 카드’로 활용할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화솔루션,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 등 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향후 1년 내 2조6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 유동화 가능 자산은 1조9000억 원 수준에 그쳐 차환만으로는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 속 은행권 신규 대출도 제한적이어서 숨통은 더 좁아졌다.
시장 시선은 한화가 들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8%(약 160만 주)에 쏠리고 있다. 최근 시가 기준 약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이 지분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대표 자산으로 꼽힌다. 한화는 2021년부터 고려아연과 전략적 제휴를 명분으로 지분을 사들였으나, 지난해 상호 지분 관계가 정리되면서 현재는 재무적 성격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분 매각 시 석유화학 계열사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차입 약정 이행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은 한화가 가진 자산 중 가장 신속히 현금화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유동성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전략적 자산 유지’와 ‘재무 안정성 강화’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룹 내부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화의 선택은 단순히 재무지표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버텨낼 체력’을 증명할지, 아니면 단기적 유동성 확보에 기댈지, 그 결단은 그룹의 향후 전략과 신뢰도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재계는 이제 한화가 내놓을 답을 기다리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아니면 명분 없는 매각으로 비판을 자초할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