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시 없인 수리도 못해"…슬럼화 방치된 부영 임대아파트

  • 등록 2025.09.18 17: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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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전남 여수의 부영 임대아파트가 누수·균열·곰팡이 등 심각한 노후화에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 공식 제기됐다. 현장 직원조차 “이중근 회장의 지시 없이는 기본 수리도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며, 총수 중심의 경직된 지배구조가 서민 주거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8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강문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에서 여수 부영아파트의 열악한 현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자료에는 △외벽 도색 박리 △벽체 균열과 실내 곰팡이 △철근이 드러난 천장 복도 등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다. 엘리베이터 미설치로 고령자·장애인의 이동권이 침해되고, CCTV·보안등 부족으로 방범 취약 문제도 드러났다.

 

강 의원은 “여수시장이나 국회의원 등 ‘높은 분’에게 민원을 넣어야만 부영이 움직인다”면서 “고질적인 관리 부실로 주민 불편과 불안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특정 단지가 아닌 구조적 사안이라는 점이다. 전남 내 민간임대주택 117곳 중 36곳(30%)이 부영 소유이며, 전국 251개 부영아파트 단지 중 72개가 광주·전남에 집중돼 있다. 특히 여수 지역 15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준공 20년을 넘어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핵심은 법정 의무인 장기수선계획 미이행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외벽 도색 등 주요 시설 보수 주기는 8년이지만, 미이행 시 과태료는 최대 1천만 원에 불과하다. 거대 기업 부영에는 사실상 무의미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영의 총수 중심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중근 회장이 압도적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한 구조 탓에 현장 유지·보수조차 결재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20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남도는 대응에 나섰다. 문인기 건설교통국장은 “전문가와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개선을 유도하겠다”며 지속 점검을 약속했다.

 

한편 부영은 최근 여수시에 청년임대주택을 무상 제공해 감사패를 받고, KAIST에 200억 원 기숙사 리모델링 비용을 기부하며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대외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임차인 주거 안전을 방치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실효성 강화와 임대사업자의 수선계획 이행 공개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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