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SK텔레콤이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자, 재계와 통신업계에서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 CEO 임명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승소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적 리스크 관리형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SK그룹은 지난 30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법연수원 29기 출신 정재헌 사장을 SK텔레콤 새 CEO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을 거쳐 2020년 SKT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했으며, 이후 대외협력 부문을 총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인선을 두고 내부 반발이 거세다. 기술 기반 기업의 수장 자리에 통신 비전문가를 앉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SK텔레콤 간부는 “법무·대외협력에는 강점이 있지만 5G, AI, 클라우드 등 핵심 사업 이해도는 낮다”며 “내부 전문가를 배제한 인사는 조직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ICT 업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 유심(USIM) 해킹 사태 수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법적 리스크 방어형 CEO’를 내세운 것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며 “그룹 이미지 관리와 오너 이해가 경영 판단을 앞선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사장이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법무 총괄로 있으면서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전략 조율에 관여했다는 점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승소 직후 발표된 인사 시점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인사는 책임 경영이 아니라 책임 회피의 전형”이라며 “법조 인맥을 활용해 오너 리스크를 덮으려는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전문가들도 “법적 분쟁에는 강점이 있겠지만 기술 혁신과 시장 전략 면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위기를 혁신이 아닌 방어로 대응한다면 신뢰 상실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정 사장은 법률·거버넌스 전문가로, 정보보호 강화와 신뢰 회복을 이끌 최적의 리더”라며 “최태원 회장의 개인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 원로들은 “SK그룹은 위기 때마다 법무라인을 앞세워 내부 책임을 희석시켜 왔다”며 “이번에도 ‘오너 리스크 방패막이용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