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목포 도심이 곧 ‘초록 산책 맛집’으로 탈바꿈할 분위기다. 숨은 카페 찾듯, 이제는 “오늘은 어디로 걸어볼까?”가 새로운 취미가 될지도 모른다.
장미의 거리에 감성 한 스푼 얹은 도시숲, 여기에 집 앞처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양을산 산책로까지 초록 길이 쭉 이어지면,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마음이 환기되는 도심 힐링 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저 나무 몇 그루 보는 수준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을 ‘슬쩍’ 마주치는 순간이 자주 생긴다는 점이 매력이다.
출근길에 5분, 점심 먹고 10분, 저녁엔 30분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걷다 보면, 어느새 “오늘 하루가 조금 더 괜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우선, 장미로와 번영로가 만나는 십자형 도시숲은 이름값에 제대로 걸맞은 “머무르면 기분 좋아지는 거리”로 재탄생한다. 4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 단순히 벤치 몇 개 놓고 꽃만 심는 수준이 아니다.
그늘을 책임질 든든한 나무들부터, 사진 찍기 좋은 경관수, 걷기 편한 보행 동선, 잠깐 쉬어가기 좋은 편의시설까지 알차게 채워 넣는다. 여름철 “아… 여기만 지나면 더워서 숨 막혀!” 하던 구간이, 앞으로는 시원한 숲 터널처럼 변신해 “한 번 더 돌고 갈까?” 싶은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 들고 있으면,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살짝 스치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그런 감성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장면, 그려지지 않나?
“도시숲이 생기면 뭐가 좋은데?”라는 궁금증이 절로 나온다. 답을 한 줄로 요약하면 “공기 맑아지고, 동네 분위기 살아나고, 사람 발길 붙는다!” 정도다.
먼저, 초록이 늘어나면 미세먼지를 걸러주고, 햇빛 쨍한 한낮에도 온도를 부드럽게 낮춰준다. 여름에 “아… 이 길은 피해야겠다”던 곳이 “여기서 잠깐 쉬어갈까?”로 바뀌는 변화다.
거기에 상권 활력까지 붙으면 금상첨화. 나무 아래서 사진 한 컷 찍고, 근처 카페 들렀다가, 소소한 쇼핑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초록 공간은 어느새 사진 스폿 → 산책 코스 → 데이트 코스로 ‘3단 변신’을 한다는 건 이미 여러 도시가 증명했다.
장미의 거리라는 이름이 그냥 예쁜 별칭에 그치지 않고, 사계절 내내 “여기 진짜 감성 있다”는 찬사를 듣는 명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꽤 크다.
봄엔 장미, 여름엔 그늘, 가을엔 낙엽, 겨울엔 감성 조명 이 라인업이면, 솔직히 안 갈 이유가 없다.
한편, 목포 시민들의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오기 딱 좋은 산”으로 꼽히는 양을산도 제대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들여다보면, 1억5천만 원 규모 치고 꽤나 세심하다.
급경사 계단은 “여기만 지나면 숨이 턱!” 했던 구간을 부드럽게 정리하고, 안전 난간까지 챙겨 초보 산책러도 자신 있게 도전할 코스로 업그레이드된다.
맨발길은 특히 기대되는 변화다. 흙길이 아니라 발바닥이 “어? 은근 좋은데?” 하고 반응할 정도로 노면을 고르고 정비해, 힐링 감각을 깨우는 ‘맨발 테라피 길’을 노린다.
배수로 개선으로 장마철 ‘질퍽구간’ 걱정도 덜고, 보행 동선을 확장하면 친구 셋이 어깨 맞대고 걸어도 편한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은 자연놀이 체험장으로, 어른들은 스트레스 해소 힐링 명당으로 양을산은 세대 불문 ‘산책 러버’들이 모이는 인기 스폿이 될 분위기다.
산책로가 새 단장을 마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평일 저녁, “잠깐 바람 쐬고 올게” 하고 슬리퍼 신고 나갔다가, 어느새 양을산 정상 근처에서 노을 사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가벼운 산책이 아니라 작은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가족끼리 “밥 먹기 전에 30분만 돌고 오자”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연인들은 “카페 갈래?” 대신 “양을산 노을 산책 할래?”를 고르는 데이트 공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친구들 단톡방에는 “오늘 힐링 산책 번개?”라는 메시지가 종종 올라올 분위기다.
즉, 양을산은 운동하는 곳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산책+수다+사진+힐링이 한 번에 되는 목포 표 감성 플레이스로 진화할지 모른다.
목포시는 2025년 10월 실시설계를 마친 뒤 11월 공사에 들어가 2026년 1월 완성을 목표로 속도를 낼 예정이다. 양을산 산책로는 같은 해 12월 준공을 내다보고 있다. 내년 겨울쯤이면, 목포의 산책 지도가 꽤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초록 공간은 ‘공원 하나 생겼네’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동네 분위기가 산뜻해지고, 생활 습관까지 스르르 변한다.
도시숲과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침엔 가벼운 10분 산책으로 하루를 열고, 점심 땐 살짝 걷는 여유로 마음을 정돈하고, 저녁엔 감성 넘치는 산책으로 하루를 차분하게 닫는 사람들. 곧 목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지 모른다.
진헌민 목포시 공원녹지과장은 “숲이 있는 도시와 없는 도시는 생활의 결이 달라진다”며 “목포가 ‘잠깐 걸어도 힐링되는 도시’가 되도록 초록 길을 촘촘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