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일양약품, 10년간 장부 조작…기업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 등록 2025.11.07 1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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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재무제표 허위 작성…공포의 ‘분식회계’
감사인 속이려 서류 위조까지…회계농단 정점
금융위, 과징금 75억·경영진 중징계 “악질적”
“해석 차이” 둘러댄 일양약품…책임 회피 논란

일양약품(대표이사 정유석)이 10년에 걸쳐 장부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결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존재하지 않는 이익을 만들어냈다. 마치 종속회사의 외형을 빌려와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일종의 장부 놀음이 반복됐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일부 착오’ 운운하며 국민과 시장을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장부가 말해준다. 거짓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치밀하게 이어졌는지를.

 

 

복잡한 회계처리의 영역이라고 둘러댔지만, 금융당국 조사는 더 냉정하다. 외부감사를 피하려고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다. 회계법인을 속이기 위해 장부 자체를 재구성했다. 3,000억 원이 넘는 허위 이익이 장부에 올라갔다는 점은, 기업이 스스로 윤리의 경계선을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양약품은 "회계 기준 해석 차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쯤 되면 시장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설명의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결여다.

 

금융위는 이번 사건을 단호하게 처리했다. 일양약품에 62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경영진 개개인에게도 수억 원대 벌금과 함께 해임 권고,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일부 임원은 검찰에 통보돼 형사 조사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 입장은 명확하다. 회계질서를 정면으로 흔든 이상,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 부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면 점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사안이 단순히 일양약품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과 실적 사이의 괴리 속에 무리한 성과 압박을 받아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의 부작용이 이익 부풀리기와 비용 전가, 재무 왜곡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1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한 건 내부통제 기능이 사실상 없었다는 뜻”이라면서 “산업 전체가 회계를 통한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일양약품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일양약품이 내놓은 답변은 더 큰 의구심을 낳는다. "고의가 아니었다",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는 답변이 반복되지만, 10년간 반복된 패턴이 과연 착오였는지 시장은 묻는다. 철저히 설계된 조작을 두고도 스스로 무결함을 주장하는 태도는 신뢰 파괴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회계진실이 아닌 책임 회피를 먼저 택한 기업에게, 시장은 어떤 답을 내릴지 자명하다.

 

이제 일양약품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억지 해명이 아니라, 근본적 책임 인정과 재무공시 체계의 전면 재정비다.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하고, 감독 시스템을 외부에서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회계 투명성을 통해 다시 신뢰받겠다는 선언이 없는 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제재가 아닌 경영의 종말점이 될 수 있다.

 

분식의 결과는 잠시 자본시장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일양약품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그 회복은 제재와 해명이 아니라 경영 철학의 전환으로만 가능하다. 10년간의 거짓 장부가 남긴 건 허상뿐이다. 시장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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