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OC-사우디 ‘e스포츠 결별’ 경고…‘자본보다 공정성이 우선이다’

  • 등록 2025.11.10 08: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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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업 패러다임 전환기, ‘윤리적 거버넌스’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공공성’과 ‘투명성’의 시험대에 서다
“Pause and Reflect”… 멈춤은 퇴보가 아니라 성찰이다.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불과 1년 3개월 만에 결별했다. 양측이 지난해 야심차게 발표했던 ‘올림픽 e스포츠 게임’ 공동 개최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다.

 

IOC는 지난 31일(한국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 재단과의 협력 관계를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체결된 12년 장기 계약이 무산된 셈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파기가 아니다. 스포츠산업의 주도권이 ‘자본’에서 ‘가치’로 이동하는 신호이자,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이 직면한 거버넌스 재편의 서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결별의 핵심에는 공정성과 민주성이라는 IOC의 철학이 자리한다. IOC 신임 위원장 커스티 코벤트리는 “사우디 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 대회를 운영할 경우, 올림픽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우디는 IOC가 권고한 국제e스포츠연맹(IESF)과 글로벌e스포츠연맹(GEF)의 참여를 거부하며, 자체적인 e스포츠 연맹 설립과 운영권 독점안을 제시했다. 당초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이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위원장 교체 이후 기조가 급변했다.

 

IOC의 이번 결정은 ‘자본의 유혹을 거부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올림픽 브랜드의 핵심이 단기적 흥행이 아니라 “신뢰”와 “보편적 가치”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우디는 최근 수년간 골프(LIV 시리즈), 축구, F1, 복싱 등 각종 스포츠 종목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스포츠 외교(Sports Diplomacy)’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스포츠산업의 자본 집중화가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명확히 보여준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보다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게임 IP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 중계권을 가진 플랫폼, 그리고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규칙을 만드는가’는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IOC가 이번에 사우디와의 협력을 중단한 것은, e스포츠의 국제 규범을 공공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산업적 관점에서 본 세 가지는 첫째, 스포츠 산업의 ESG화 가속이다. 스포츠 역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이 적용되는 산업으로 공정한 운영과 민주적 절차는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둘째, 글로벌 거버넌스의 회복이다. 이번 결렬로 IOC는 e스포츠의 제도적 표준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여지를 되찾았다. 국제연맹 중심의 협력 구조가 강화될 경우, e스포츠 시장은 보다 제도권화된 산업 생태계로 재편될 전망이다.

 

셋째, 사우디형 ‘자본 외교’의 한계다. 무제한 자본을 앞세운 단기 흥행 전략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IOC는 이번 사안을 발표하며 “Pause and Reflect(잠시 멈추고 돌아보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모색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e스포츠는 더 이상 단순한 게임 대회가 아니다.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시청자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산업을 지탱하는 미래 스포츠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틀과 윤리적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번 IOC의 선택은 그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사우디의 자본력은 세계 최고지만, 올림픽의 가치는 ‘돈’이 아닌 ‘신뢰’에서 비롯된다. IOC의 결단은 e스포츠가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방향타로 기록될 것이다.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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