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내가 비명을 지르자 방에서 책을 보던 아들이 무슨 일인가 뛰어 나왔다.
“왜 그래요? 엄마!”
쌀독의 벌레를 없애려다 벌어진 일이다. 내 강의를 들으신 분이 20kg 쌀을 보내주셨는데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일이 많으니 도무지 쌀이 줄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알코올을 묻힌 솜을 그릇에 담아 쌀독에 넣어두면 없앨 수 있다고 한다. 그대로 해봤더니 신기하게도 많은 벌레가 알코올 솜 위에 죽어 있었다.
“흠 좋아! 문상객들까지 와서 모조리 운명하셨구먼!’
나는 기어다니는 게 유난히 질색이다. 초등학교 시절 송충이 잡으러 가는 일이 내겐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시력이 나빠 안경이 없으면 반찬도 못 집어 먹는 편인데 기어다니는 것으로 시력 검사를 하면 아마도 2.0은 족히 나올 것이다. 초등학교 때도 앞에 있는 친구들 머리에 점처럼 붙어있던 서캐(이의 새끼)까지 모두 잡아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떡을 해 먹으려 쌀을 쏟으려고 보니 밑에서 또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들이 있었다. 무슨 오기가 발동한 건지 휴지를 태워 연기로 질식사시키자며 불기운이 약간 남아있는 휴지를 쌀독에 넣는 순간 불길이 확 내게 달려들었다. 정말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쌀독에 남아 있던 알코올 때문에 불이 붙은 것이다. 속눈썹까지 다 탔으니 정말 대형 사고다. 손에는 화상 물집이 생기고, 앞머리는 아예 다 타고 휑하다. 어릴 적 촛불로 장난하다 머리가 다 타버린 이후 50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미용실 갔더니 머리카락이 다 타서 스타일도 안 나오겠다고 걱정한다. 커트하고 거울을 보니 바람난 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대충 가위로 잘라 놓은 것처럼 봐줄 수가 없었다. 가발을 쓸까 싶었으나 두상이 커 웬만한 가발은 맞지도 않는다. 언젠가 미국 사는 동생이 강의 다닐 때 스타일을 수시로 바꿔보라고 다섯 개를 보낸 적이 있는데 통가발도 내가 쓰면 부분 가발이 될 정도로 하나도 맞지 않았다.
여고시절엔 초록색 특대 베래모 교모를 썼다. 엄마한테 왜 머리통을 이리 크게 낳은 거냐며 따졌더니 엄마는 그 머리통 때문에 너 낳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 하셨다. 그래도 얼굴은 안 데었으니 다행인 거야 하며 애써 웃는다. 자나 깨나 불조심 너도나도 불조심 하시기를.
접시를 깬 범인
엄마와 딸이 설거지하고, 아빠와 아들은 TV를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쨍그랑하며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정적 속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말했다.
“누가 접시 깼는지 보고 와”
“아빠는 그것도 몰라? 엄마잖아!”
“안 보고 어떻게 알아?”
아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잖아!”
습관
겸손하기로 소문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말할 때마다 ‘변변치 못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느 날 손님을 초대했는데, 술이 얼큰히 들어간 손님이 흥에 겨워 한마디 했다.
“오늘 밤 달도 밝고, 멋진 밤입니다.”
그러자 겸손한 남자가 말했다.
“원 별말씀을…. 변변치 못한 우리 집 달을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해고
사장이, 게으르고 나태한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겠다고 벼르면서 공장을 둘러봤다. 그런데 한 사람이 일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옳거니! 본때를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불렀다.
“자네, 한 달에 얼마 받지?”
“네, 100만 원 받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장이 100만 원을 주면서 말했다.
“자, 이거 받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고 그만 가 보게.”
그 젊은이는 돈을 받자마자 쏜살같이 공장 밖으로 나갔다. 사장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아까 그 젊은이는 어느 부서에서 일했지?”
“피자 배달하러 온 사람인데요.”
별별 거지들이 많기도 하네~
힘들다는 거지. 취직 안 한다는 거지. 직장 그만두었다는 거지. 파크골프 잘한다는 거지~

박인옥
(사)한국교육협회 원장
경영학 박사
여성유머 강사 1호
공무원연금공단 여가설계 강사
기업, 단체 등 4,200여 회 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