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변사의 목소리, 장흥서 다시 울린다

  • 등록 2025.11.16 1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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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삐용Zip ‘유랑단 무성영화변사극 정기공연’ 두 번째 이야기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장흥의 늦가을, 고요한 공기 속에 다시금 변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빠삐용Zip이 선보이는 ‘유랑단 무성영화변사극’ 두 번째 정기공연이 오는 11월 22일(토) 오후 4시, 장흥읍 장흥로 98의 영화로운 책방 무대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무료지만 사전 예약제를 병행해 관객 편의를 높였으며, 현장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 특히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이 감동의 크기만큼 마음을 전하는 ‘감성 후불제’가 이어져, 장흥만의 따뜻한 문화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빠삐용Zip 관계자는 “감성 후불제는 공연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지 않고, 관객이 느낀 울림의 크기만큼 마음을 표현하는 지역형 실험”이라며 “예술이 지역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첫 공연의 감동을 이어 지역과 다시 호흡하려는 시도다. 지난 10월 25일 열린 첫 정기공연의 열기가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다시 보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기획됐다.

 

당시 문화예술공간 빠삐용Zip에서 열린 첫 공연 ‘스타 이즈 본(Star is Born)’에는 장흥 용동마을의 이장이자 지역 첫 마을 변사로 활동 중인 서원섭 변사가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났다.

 

서 변사는 지난해 빠삐용Zip이 추진한 ‘유랑단 변사 양성 워크숍’ 1기생으로, 수료 후 장흥의 여러 마을을 찾아다니며 7차례의 무성영화 공연을 이어왔다. 관객의 박수는 그의 두려움을 지워냈고, 마을 주민과 함께 영화를 말로 풀어내는 시간은 어느새 예술이자 공동체의 기쁨이 되었다.

 

이처럼 첫 공연은 예술의 경계를 넘어 지역과 마음을 잇는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낯설게 느껴졌던 변사극에 대한 주민들의 호기심은 곧 감동으로 바뀌었고, 무대가 끝나자마자 “이런 공연이 또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무성영화 변사극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런 무대를 만든다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했으며, 또 다른 주민은 “이 공연이 장흥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웃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빠삐용Zip은 지역민의 참여와 공감에 힘입어 두 번째 공연을 마련했다. 이번 무대는 첫 공연의 감동을 이어가되, 더 많은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을 확장했다. 무성영화의 향수와 장흥 공동체의 온기가 어우러지는 이번 무대는 “마을이 예술의 무대가 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공연 당일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같은 공간의 서로살림터(옛 경비교도대 구역)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로살장(마켓)’이 열린다.

 

‘살려내는 자들이 온다!’를 슬로건으로 한 서로살장은 생활기술자, 수리기술자, 자원순환가, 농부, 요리사, 예술가 등 다양한 셀러가 참여해 자신이 만든 물건과 경험,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체형 피크닉 마켓이다.

 

이곳에서는 물건이 거래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기술과 감정이 교류되며 ‘지속가능한 삶의 기술’이 공유된다.

 

빠삐용Zip의 ‘유랑단 무성영화변사극’은 지역의 기억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는 실험적 무대다.

 

한때 스크린 속 영화를 대신 말로 해설하던 변사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장흥에서는 그것이 다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장흥의 가을, 고전영화의 향수와 사람 냄새 나는 예술, 그리고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힘이 어우러지는 이 무대는 공연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예술 생태계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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