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의 지분 대부분을 차그룹 계열사에 넘기며 경영권을 사실상 이양했다. 카카오가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지분 100%를 보유하며 미래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던 카카오헬스케어를 장부가의 절반 수준에 매각한 것이다. 부진한 실적과 누적 손실로 부담이 커지자 과감히 손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부가 1,500억대 → 매각가 700억…‘반값 매각’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보유 중이던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100% 중 97.8%(1,485만주)를 차그룹 계열 차케어스에 약 700억원에 매각한다.
카카오헬스케어의 장부가액은 약 1,509억원으로, 단순 계산 시 매각 지분 가치는 1,475억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절반 가격 이하로 회사를 넘긴 셈이다.
카카오가 최근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수년째 적자를 내온 카카오헬스케어도 정리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앞서 “계열사를 132곳에서 99곳으로 줄였고 연말까지 80여곳으로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형은 늘었지만 적자 확대…부분 자본잠식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파스타’ 등을 앞세워 매출이 166% 증가한 11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49억원으로 더 커졌다. 누적 결손금도 838억원까지 불어 자본총계가 자본금 이하로 떨어지며 부분 자본잠식에 직면했다.
차그룹 품으로…지배구조 재편
이번 투자 구조는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의 지분 인수(700억) ▲카카오의 차바이오텍 지분 취득(300억) ▲카카오의 카카오헬스케어 재투자(400억) ▲차AI헬스케어 추가 투자(100억) ▲외부 투자자 500억 유치로 구성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지분 구조는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 43.08% ▲카카오 29.99% ▲외부 투자자 26.93%로 재편된다.
경영권이 차그룹 측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병원 인프라 결합으로 체질 개선 전망…경영진 교체 가능성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은 카카오헬스케어는 차그룹의 병원 인프라와 결합해 디지털 전환 서비스, 환자 관리 솔루션 등 의료 분야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의료데이터 확보가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차그룹의 1만7,000개 병상과 3,000만명 규모 의료데이터가 카카오헬스케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배주주 변경에 따라 기존 경영진 교체나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헬스케어 측은 “차바이오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과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